국내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가 힘든 투병 끝에 결국 숨졌지만 방역당국은 메르스 종식선언에 대해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메르스 마지막 환자가 완치되지 못하고 투병 중 숨진 데다 이미 전파 가능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종식선언을 하는 것에 대한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25일 “환자가 힘들게 메르스와 싸우다가 숨진 상황에서 종식선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식적으로는 ‘종식’의 ‘종’자도 입 밖에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지난달 1일 이 환자가 완치판정을 받아 환자수가 0명이 됐을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방역당국은 당시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종잠복기 14일의 2배인 28일이 지난 같은 달 29일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80번 환자는 완치 판정 열흘 뒤 다시 메르스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방역당국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지 않았다.
80번 환자는 완치가 아니라 사망으로 메르스 환자수에서 제외됐다. 80번 환자의 가족들은 방역당국의 미진한 조치로 기저질환(악성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이 메르스 종식선언을 꺼리는 다른 이유는 이전에 ‘사실상 종식선언’을 한데다 이미 메르스의 전파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이 메르스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복귀한 지 오래됐다는 사실도 공식적인 종식선언의 실익이 적은 이유다.
정부는 4개월 반 전인 지난 7월 6일 국무총리가 나서서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메르스의 전파 가능성 해소(the end of transmission)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WHO는 지난달 26일 한국 방역당국과 가진 메르스 상황 관련 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판단과 함께 “80번 환자의 유전자 검사결과를 볼 때 유행(outbreak)의 일부로 볼 수 없다. 감염력이 현저히 낮다(extremely low)”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이전에도 “메르스 공식 종식선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종식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방역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0명이 된 만큼 메르스에 대한 국가전염병 관리체계를 조만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염병 관리체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개 단계로 나뉜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20일 관심을 주의로 격상시켰지만, 환자가 없는 만큼 다시 관심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복지부 차관이 이끌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참여하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차원에서 메르스를 관리했지만, 대책본부 역시 해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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