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입 117여 만원에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최 모씨(31·편의점 아르바이트)씨는 석 달 전 빚에 쪼들리던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고 한 변호사 사무소에 연락을 했다. 매달 월 소득의 두 배가 넘는 대출 변제액을 감당할 수 없어 계획적인 채무 변제가 가능한 개인회생을 신청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변호사 사무소는 최 씨의 신청자격을 확인한 뒤 170만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6회에 걸처 분납하자고 했다.
그런데 해당 변호사 사무소와 통화를 끊자마자 최 씨는 한 캐피탈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변호사 사무실 통해 연락받았다”며 캐피탈 업체는 170만원을 대출해주겠다고 했다. 대출을 받고 개인회생 결정을 받은 최 씨는 기쁜 마음에 변호사 사무소에 보낼 서류를 준비하던 중 캐피탈 업체로부터 날아온 문자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변제 요청 문자에 적힌 금액이 워낙 많아 계산을 해보니 원금 170만원에 대한 이자가 법정최고이율인 34.9%에 달했던 것. 대부업체에 진 빚을 청산하려던 그는 자신을 대리한 변호사 사무소를 통해 법정 최고 수준의 또 다른 이자 폭탄을 맞게 됐다.
이처럼 대부업체와 연계된 변호사 사무소들이 ‘폭탄 이자’로 개인회생 사건 의뢰인들의 지갑을 터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지도·감독이 시급한 상황이다.
19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최 씨 처럼 개인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의뢰인을 상대로 변호사 사무실 소속 사무장들이 보증을 서며 수임료 대출을 권하고 있다. 약 150만~200만원의 가격으로 설정되는 변호사 사무소들의 개인회생 대리신청 수임료는 관행상 법인이 50%, 법인 소속 사무장이 나머지 절반을 챙겨가는 구조로 알려졌다.
일단 수임료 관련 대출을 연계하는 것 자체는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 사무소가 대부업체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수임료 대출을 안내하면서 개인회생 신청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신청의 기회를 얻는 효과도 상당하다.
문제는 과도한 이자율이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부담케 된 최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출에 동의한 것은 맞지만 34.9%의 이자를 물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사사무실 측에서 내 형편을 감안해 법원이 개인회생을 승인해줄 때까지 수임료 환급기일을 늦춰주거나, 혹은 저금리로 빌려줄 것이라 예상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회생 신청자들이 인생의 낭떠러지에 내몰린 궁박한 상황에서 대부업체들은 통상적으로 하는 사전 이자율 고지, 대출 계약서 작성 과정 등 기본 절차 없이 대출을 진행하고 사후에 이자 폭탄을 알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최 씨는 “개인회생이란 게 빚에 쪼들리고 생계가 어려운 채무자들을 위한 국가 정책인데 고리대금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개인회생 신청이 취소돼 채무자들의 독촉전화가 또다시 걸려 올까봐 변호사사무소에 따지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랜드마크 소속 김경남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직접 의뢰인들을 상담하고 개인회생 신청의 총체적인 프로세스를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직업윤리성이 부족한 일부 사무장들에 의해 모든 업무가 처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사무실이 사무실 유지비를 충당하는 데 늘 일정량 수임이 가능한 회생사건들은 고정적 수입원으로 큰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사무장들이 회생•파산팀을 미리 꾸려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변호사들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회생은 경제적 갱생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그리고 가족의 가장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라는 취지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개인적으로 수임료가 부담이 되는 경우 수임료가 없는 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 센터를 방문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