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시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검은 선글라스에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40대 여성과 10대 남자 청소년 2명이 언론 앞에 섰다. 모자(母子) 관계인 이들의 폭로는 충격적이었다. 교회 목사인 남편과 시아버지로부터 수없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마약이나 최음제를 먹여 집단 혼음과 성매매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13개월 만에 허위로 드러났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을 수사해온 경기경찰청 성폭력수사대는 12일 지난해 10월 이뤄진 세모자 기자회견과 지난 6월 유튜브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내용, 고소 내용이 모두 허위라고 결론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두 아들의 어머니인 이모씨(44)와 무속인 김모씨(56·여)를 무고 및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은 허위이고 무속인 김씨의 사주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세모자를 앞세워 허위사실을 고소했고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씨의 두아들에게서 “이모 할머니(무속인 김씨)가 엄마한테 지시하고, 엄마가 우리에게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김씨 집에서 압수한 핸드폰에서도 사주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찾아냈다.
특히 무속인 김씨는 이씨 두 아들에게 반 인륜적이고 엽기적인 성폭행 내용을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토록 하고, 의무교육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이씨의 재산 수억원이 무속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은 이혼소송 중에 있는 이씨 부부가 재산분할신청을 할 경우 자신에게 넘겨진 재산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김씨가 허위 사실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범행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무속인 김씨와 어머니 이씨에 대해 무고 및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11일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아들은 지난 7월 18일부터 어머니로부터 격리돼 국내 유명 전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친인척, 경찰관 면회도 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와 무속인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