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서귀포 성산읍 신산리와 온평리 일대에 제2제주공항을 짓는다. 제주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포화상태에 달한 제주국제공항의 항공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제주 공항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결과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착수해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18년 말경 제2공항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5년이전까지 운항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가항공 활성화와 중국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 등으로 항공수요가 급증해 현 제주공항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며 “제주 전역에 걸쳐서 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입지 30여곳을 모두 조사한 결과 신산 일원을 제2공항으로 건설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연간 수용능력은 최대 2600만명으로 오는 2018년에는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국토부는 활주로 내 이륙대기공간 신설, 고속탈출유도로 3개 신설 등의 1단계 확장을 통해 2020년까지 수요에 대비하고 이후 2단계 확장 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3939만여명까지 늘어날 예정인 2025년 이후 수요는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기존 제주공항 확충 ▲제주공항 폐쇄 후 신공항 건설 ▲제주공항을 유지한 채 제2공항 건설이라는 3가지 대안을 놓고 지난 해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결과 현 공항을 유지한 채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공항 활주로 증설 등을 통해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다가 제주 바다 수심이 깊기 때문에 매립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비가 9조4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기존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대규모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환경 훼손은 물론 이미 제주시를 중심으로 상권이 크게 형성돼 있어 제주 도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비해 제주공항을 보완하는 제2공항을 건설하는 안은 활주로 1본의 공항을 건설하기 때문에 환경 훼손이 적고 예상 공사비도 4조1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최적의 대안으로 선택 받았다.
특히 성산 일출봉과 가까운 성산읍 신산리 일대는 기존 제주공항과 공역(항공기 충돌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 중첩되지 않아 비행절차 수립에 문제가 없고 환경훼손이나 소음피해 우려도 작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 실장은 “활주로 1본의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00만평(약 330만㎡) 정도의 부지면 가능하지만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부지 면적은 150만평 정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제주 항공수요는 2035년에 4500만명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나 이후에도 수요가 증가할 수 있어 인프라를 추가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공항 건설 소식에 제주 인근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성산읍 지역은 성산 일출봉을 빼곤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고 공항 부지 경쟁지였던 대정읍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산읍 지역도 중국 투자자금이 몰리며 3.3㎡에 5만원 수준하던 땅값이 최근 2~3년 사이 20~30만원대까지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제2공항 유치라는 대형 개발호재가 터져 추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성산읍의 A 공인중계사 관계자는 “선정지 발표와 함께 아침부터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시장에 내놓았던 땅 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거래할 땅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규제도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막상 공항 부지로 수용되는 지역보다는 그 인근 땅값이 더 오르기 때문에 공항 부지가 어떤 식으로 수용될 지도 관심사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설계가 이뤄진 후 토지수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상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주변 토지의 가격 상승이나 불필요한 거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제주도가 제2공항 신설로 결론이 나면서 내년 6월말 발표 예정인 영남권 신공항 입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지자체에선 영남권 모든 지역에서 접근이 편리한 경남 밀양에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은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기정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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