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기로 확정한 교육부가 불과 8년 사이 검정 교과서에 대한 인식이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검정 교과서에 대해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용 도서”라며 장점을 부각하다 최근에는 “다양성을 살리지 못했다” “사실을 왜곡했다”는 등으로 비판하며 정반대의 시각을 보여준 것. 물론 교육부는 2013년 불거진 교과서 편향성 논란을 거치며 인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재춘 교육부 차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참석한 12일 브리핑은 북한 서술 등에서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황 부총리는 현행 검정 교과서에 대해 “기초가 잘못됐다”, “국론을 분열시킨다”, “객관적 사실마저 왜곡했다”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브리핑과는 반대로 역사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할 당시 논리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2007년 6월20일 교육부는 중·고교 교과 중 국어, 도덕, 역사(국사·세계사)의 검정 전환을 포함한 교과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질 높은 교과서를 만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검정 교과서의 긍정적인 점을 부각했다.
보도자료에는 “국정도서의 검정 전환으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의 변화 및 학문의 발전을 반영한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용 도서의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편향성에 치우칠 것을 우려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에서 “국정교과서는 개발 단계, 검정교과서는 검정 단계에서 전문기관의 자문을 의무화한다며 “이념 편향성(역사), 문법의 일관성(국어), 통일교육의 방향(도덕) 등에 대해 전문기관 감수제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중·고교 역사 교과서들은 2011년 완전히 검정제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교육부는 이번 국정제로 전환하면서 검정 제도가 실패했다는 자평을 내렸다. 검정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견해가 불과 8년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교육부는 12일 보도자료에서 검정 교과서에 대해 “지속적인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왔다”며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되지 못해 검정제의 가장 큰 취지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황우여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스스로 마련한 기준의 검정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를 두고 몇 년 만에 태도를 바꿔 깎아내리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인식 변화와 관련, 교육부는 2013년 불거진 교학사 교과서의 파동 등 검정 교과서들의 편향성 논란을 거치면서 시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 측은 “예전에는 교과서 자율화 정책에 따라 다양성을 보장하는 취지로 검정제를 도입했지만 역사 과목의 경우 편향성 문제가 나타나고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국정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라며 검정제에 대한 교육부의 인식 변화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정되는 국정 교과서의 방향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개한다”고 제시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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