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경찰이 보복운전 특별단속에 나선 결과 전국에서 280명의 가해자가 대거 입건됐다.
경찰은 보복운전을 도로 위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보복운전이 폭력행위로 적용되면서 피해자가 보험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딜레마도 나타나 관련 규정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찰청은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집중 단속 결과 보복운전 총 273건을 적발해 280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중 3명은 구속 조치됐다.
하루 평균 8.8건이 적발된 셈이며, 전달 3.2건 대비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복운전 원인으로는 진로 변경 시비(47.6%)가 가장 많았고 경적·상향등 시비(27.1%), 서행운전 시비(8.1%)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들은 고의로 급제동(53.5%)하거나 차량으로 밀어내기(16.8%), 진로 방해(9.2%)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위협했다.
경찰청은 보복운전을 조직폭력배, 동네조폭과 함께 ‘3대 생활주변 폭력’으로 규정하고 하반기 집중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복운전자의 면허를 정지·취소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보복운전 근절을 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해 가해자가 징역 1년 이상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로 관계 법령상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게되는 상황도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경찰은 보복운전을 가해자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고의로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법과 금융감독원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고의로 인한 사고는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일반 교통사고로 분류돼 보험사에게 보상받을 수 있었던 것을 되레 보상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 보험사에 피해보상을 직접 청구하더라도 인적 피해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을 뿐 차량 등 대물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다. 피해자가 인적·물적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으려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경찰청은 단순한 교통위반 사범을 폭처법으로 형사입건하지 않도록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섣불리 보복운전으로 판단하지 말고 일단 일반 교통사고로 조사한 뒤 고의성을 명백히 입증할 증거가 있을 때 보복운전으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또 피해자들에게는 범죄피해자 구조금, 자동차사고 피해가족 지원 등 다양한 피해보상 제도를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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