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봄 결혼 예정인 서울 소재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조윤아 씨(26·가명)는 쌍둥이 출산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아 두 번 이상 쉬면 사실상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선배들 조언을 들은 뒤 ‘한 번에 두 명을 낳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최씨는 쌍둥이 출산을 위해 한 번에 200~300만원 정도 드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계획이다. 이 시술은 여성의 과배란을 유도해 다둥이 임신률을 높일 수 있다. 최씨는 “의사의 꿈을 실현하면서도 자녀는 최소 두 명은 낳고 싶다”며 “예비 신랑과 상의 끝에 쌍둥이 출산 외엔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쌍둥이 육아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고자 쌍둥이 출산을 고려하는 직장인 여성이 늘고 있다. 요즘 산부인과에는 ‘과배란 주사’나 ‘시험관 시술’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데, 난임 치료의 한 방법인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쌍둥이 임신 확률을 높일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임이 아닌 일반 여성이 맞아도 법적인 제재는 없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난자의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와 정자를 채취한 뒤 시험관이나 배양 접시에서 수정시키는 방법으로, 쌍둥이 임신 확률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 5월에 결혼한 이 모씨(29·여) 역시 최근 쌍둥이 출산을 고려중이다. 자녀를 둘 이상 낳고 싶지만 연이은 출산이 초래할 경력단절이 마음에 걸렸다. 미용업계에서 일하는 이씨는 주변 지인들 조언을 듣고 쌍둥이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다. 이씨는 “조금이라도 (쌍둥이 출산)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남편과 상의중”이라며 “일을 지속하고 싶은데 둘째까지 낳으면 자칫 그만두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A산부인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줄 수 없지만, 작년보다 쌍둥이 양육을 위한 ‘과배란 주사’ 문의가 20~30%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B산부인과 관계자 역시 “직장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여성들 사이에 쌍둥이 출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실제 시술을 하면 50% 정도 (쌍둥이) 확률이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쌍둥이나 삼둥이 등 ‘다둥이 출산’은 매년 상승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5년 9459명에 불과했던 다둥이 출산은 5년 후인 2010년 1만2841명, 2013년 1만437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한 쌍둥이 선호는 육아휴직이 남·녀 간 비교적 균등하게 이뤄지는 주요 유럽국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일례로 1993년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남성 10명 중 7~8명이 평균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 사내 경쟁 상대인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써야 여성의 직장 복귀 속도가 빨라지고, 공정한 내부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능력을 지녀도 노동시장 생존이 힘든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후진적인 국내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여성들이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보육과 불임치료 등 정책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보스 중심의 남성적인 기업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누기’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인 여성들 입장에선 두 아이를 한꺼번에 낳는 게 연속적인 사회생활과 자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생겨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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