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부부 100쌍이 지난 달 30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탈북민 대상 소규모 합동결혼식을 개최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전국적 규모의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복 70년을 맞아 열린 이번 합동결혼식에서는 탈북 후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나 한국 입국 이후 짝을 만난 탈북민 부부들이 참여했다. 결혼식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위원장 신용한)와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 공동주최로 열렸다. 주최측은 탈북민 부부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혼수품도 제공할 예정이다.
합동결혼식 대상 가운데 신랑·신부 모두 북한 출신인 커플은 60쌍이었다. 이어 외국인·탈북민 부부가 30쌍, ‘남남북녀’ 커플은 10쌍이었다. 이들 가운데 해외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10쌍을 제외한 90쌍이 결혼식에 참여했다.
이번 합동결혼식은 규모가 큰 만큼 신랑·신부의 연령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다. 최고령자 커플은 신랑 유모(60)씨와 신부 김모(61)씨였다. 이들은 각각 1998년과 2000년에 북한을 떠나와 한국 입국까지 10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고생했던 동병상련을 공유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해 주최측 관계자는 “이들 부부는 한국 정착과정에서 힘들 일도 많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결혼식 주례는 전성환 ‘북한이탈주민 100쌍 합동결혼식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결혼식에 참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성호 행복세상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새출발하는 탈북민 부부들에 덕담을 건넸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10명은 신랑·신부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의미에서 축가로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사람’을 합창했다. 탈북민들로 구성된 실버 합창단도 ‘고향의 봄’을 불러 축제 분위기를 돋궜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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