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탄약집이 터진 줄 알았다. 돌아봤을 때 누구인지 얼굴에 피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을 나온 예비군 20대 A씨는 전날 사격훈련 당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그는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 최모씨와 같은 7중대 소속으로 사격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는 “계단이 아니라 언덕으로 뛰어내려갔다. 그 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정확한 상황을 알게 됐다”면서 “2사로 부사수가 가장 처음 발견했는데 (최씨가) 총구를 돌리고 있었고 총구에서 연기가 나더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7중대장이 사격중지를 외치고 ‘우사로에 있는 사람 다 내려가!’라며 다급하게 조치하는 등 초기 통제를 잘했다”면서 “그분 아니었으면 사고 인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사로에 있었다는 A씨는 당시 왼쪽 1사로에 있던 최씨가 먼저 자신의 뒤에 있던 1사로 부사수를 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는 사격 중이던 다른 예비군들에게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사로에서는 다들 누워 있었고 한 명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정도만 봤다”며 “다들 ‘엎드려 쏴’ 상태로 총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다른 예비군들한테서 듣기로는 최씨가 대기 중 지나치게 사격 폼을 잡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전날이자 입소 첫날인 12일 밤 최씨를 봤다는 20대 B씨는 최씨가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12일 오후 10시께 생활관에서 커피를 뽑아 담배를 피우려고 나가다가 불침번인 최씨가 쭈그린 채 뭔가를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소 첫날부터 뭘 쓰고 있기에 불침번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며 “뭘 쓰냐고 물으니 편지를 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최씨의 모습에 대해서는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였다”며 “얼굴이 하얗고 안경을 쓰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다. 예비군이 편지를 쓴다는 것 자체가 느낌이 이상했지만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을 걸었을 때 당황한 기색도 없었고 내용을 가리지도 않았다”며 “나중에 언론보도에 유서라며 올라온 사진을 보고 당시 최씨가 쓰던 것이 유서였다고 추정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씨가 웃으면서 총을 쐈나’라는 질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 마지막에 (총) 쏘기 전 웃었다고 하더라”며 다른 예비군들의 증언을 전했다.
육군은 전날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내곡동 동원훈련장에 있던 예비군들을 이날 오후 2시 전원 퇴소시켰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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