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단체에 정부가 지정한 전략물자인 탄창을 밀수출해 수억원을 챙긴 전직 국군기무사령부 소령 등이 경찰에 체포됐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허가받지 않은 전략물자를 불법으로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로 전 기무사 소령 이 모씨(41)와 군수품 제조업자 노 모씨(50)를 구속하고 현역 소령인 양 모씨(38)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경기도 소재 한 탄창 제조업체에서 만든 AK47 등 탄창 4만6600개를 수출해 총 3억64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레바논 파병 경험이 있던 이씨는 2010년 레바논 지인을 통해 탄창 수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현직에서 일하는 후배 양씨를 끌어들여 친동생 등과 함께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탄창 수출 사업을 준비한 이들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탄창의 레바논 수출은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에 배송중개업자의 조언에 따라 탄창이 아닌 다른 수출품으로 허위 신고해 불법 수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2011년 7월 부산 세관에 국내 제조업체가 사들인 탄창 200개를 ‘오일필터’ ‘브레이크 패드’ 등으로 허위기재한 수출신고증 등 관련서류를 제출했고, 무사히 3차례에 걸쳐 레바논으로 탄창을 수출할 수 있었다. 세금계산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현금만 주고 받으면서 거래 흔적을 철저히 감췄다. 구속된 노씨의 경우 탄창에 새기는 생산자 로고까지 지우고 대금은 현금으로만 받아 거래 사실은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수출한 탄창이 흘러들어간 경로를 파악하고, 이와 유사한 전략물자 불법수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군수품 생산업체의 밀수출 등 불법행위 예방을 위해 유통과정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