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야구 해설위원까지 속여 돈을 뜯어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경찰에 검거됐다.
20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피해자 40여명이 입금한 2억8000만원을 인출해 조직에 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곽 모씨(35)를 구속하고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준 강 모씨(46)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 중에는 야구 해설위원인 하일성씨도 포함돼 있었다. 하씨는 지난 12일 ‘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모르는 번호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야구해설위원 하일성 고객님 맞느냐’며 ‘우수 고객이어서 5000만원짜리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사용하시겠느냐’고 물었다.
하씨는 실제 해당 저축은행 계좌로 상당 기간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대출을 받겠다고 했다. 발신자는 은행 로고와 팩스 번호 등이 새겨진 대출 관련 제출 서류를 하씨에게 팩스로 보내왔다. 하씨는 아무 의심 없이 이를 작성해 보냈다. 또 그는 ‘대출을 받기 전에 신용보증기금에 세금을 내야 한다’며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번호로 아무 의심 없이 두 차례에 걸쳐 340여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계좌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계좌였고, 하씨가 받은 서류 및 팩스번호도 거래 은행과는 무관했다. 하씨는 경찰조사에서 “‘공인이니 방문하지 않고 믿고 서류로 대출해주는 것’이라고 했다”며 “피해를 보고 나니까 그때야 뭔가 잘못된 것 같더라”고 진술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하씨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 40여명의 정보도 사전에 파악해 교묘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입금했다.
경찰은 또 다른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사기 조직 총책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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