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담배 2년 넘게 시중 유통…460억 세금 허공으로

664억 원 대 면세담배가 2년 넘게 시중에 유통돼 460억 원 상당의 담배세가 덜 걷힌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인천세관과 공동으로 수사해 면세담배를 시중에 다량 유통시킨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선원용품 업자 A씨(42)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 등은 2010년 4월 28일부터 지난해 6월 27일까지 면세담배 2933만3500갑을 중국으로 수출한 것 처럼 꾸민 뒤 국내로 반입해 도.소매상을 통해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다.
면세로 수출할 수 없는 담배가 중국 수출용으로 둔갑하기 까지는 담배제조업체인 KT&G 중부지점장 C씨(47)의 도움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KT&G로 부터 공급받은 면세담배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 처럼 꾸미기 위해 한 컨테이너에 KT&G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면세담배를 실어 야적장으로 보내고, 또 다른 컨테이너엔 생수 등을 실어 야적장으로 보냈다. 이후 생수가 실린 컨테이너는 중국으로 수출하고, 담배가 실린 컨테이너는 야적장에서 반출해 국내로 유통하는 수법을 썼다. 화주가 요청하면 야적장 컨테이너를 손쉽게 반출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밀수업자에게 자동차 구입 대금 6100만 원 등 1억4000만 원을 받고 면세담배 밀수출을 눈감아 줬다.
담배 소매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당구장과 유흥업소 등으로 유통된 면세담배는 밀수업자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겼다. 900원에 출고된 면세담배는 측면에 쓰여진 'DUTY FREE(면세)'에 KT&G의 바코드 스티커를 붙여 정상담배로 위장됐고, 소비자에 2500원 또는 2000원에 판매됐다. 정상담배는 2250원에 출고돼 시중에서 2500원에 판매된다.
이를 통해 A씨는 40억 원 상당, 유통총책 B씨(조직폭력배)는 15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KT&G가 2250원에 출고하는 담배 한 값엔 세금 1600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460억 원 상당의 세금이 탈루된 셈이다.
이진동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밀수입된 면세담배는 점조직형태의 유통조직을 통해 도매상, 위조책, 소매상의 단계로 유통됐고, 그 과정에서 국고로 귀속돼야할 세금이 밀수범 등에게 흘러가 막대한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실시간으로 면세담배 유통을 확인할 수 있는 담배유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1월 선보일 예정이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