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병사가 적절한 응급조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면 국가가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배형원 부장판사)는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투병 도중 사망한 박 모씨(당시 20세)의 아버지(54)가 지난 2012년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 판결은 2012년 9월 원고 패소 판결한 부산지법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재판부는 "쓰러진 박 씨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적기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 등 대한민국의 일부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박 씨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포함한 손해배상액 3억 5000여만 원의 60%인 2억 1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의무병 등이 환자를 구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박씨가 입대 전에 향후 위험에 대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망한 박 씨는 2007년 9월30일 육군 53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제식훈련을 받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5시45분께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 씨는 100여m 떨어진 의무실로 옮겨져 의무병으로부터 응급조처를 받았으나 심폐소생술은 받지 못했다.
상태가 나빠진 박 씨는 승용차로 53사단 안의 국군부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과정에서 심장이 정지돼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국군부산병원 군의관은 뒤늦게 박 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해 심장 기능은 회복됐지만 이미 뇌손상을 입은 박 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박 씨는 민간 병원으로 옮겨져 6년 동안 산소호흡기를 매달고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2월 패혈증으로 숨졌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