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쿠아리움에서 가장 아끼는 해양 동물이요? 상괭이죠. 희귀한 동물이요? 그것도 상괭이죠."
김영필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대표는 이른바 상괭이 바보다. 상괭이 이야기만 나오면 누구 보다 더 설명에 열심이다. 우리나라 토종고래인 상괭이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상괭이는 우리가 흔히 보던 돌고래와 닮았지만 등지느러미가 없고 입 부분이 튀어나오지 않고 머리 부분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고래 고기로 속여 팔기 위해 포획되고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근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양 동물이다.
이런 상괭이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에 두 마리 있다. 관람객에게 자랑하기 위해 가둬놓은 것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상괭이 병원이 부산아쿠아리움에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상괭이 병원에는 외상을 치료할 수의사, 어병 관리사, 현장에 나가는 SSU출신 구조원, 아쿠아리스트 등 전문가 7명이 근무한다"며 "이들은 탈진하거나 상처를 입은 상태로 구조된 상괭이를 치료·보호하다가 건강을 충분히 회복하면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 가을께 상괭이 두 마리를 처음 구조해 재활 과정을 거치고 지난해 7월에 바다에 다시 풀어줬다"며 "지금 아쿠아리움에 있는 두 마리의 상괭이는 건강을 되찾아 올해 가을께 방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른 아쿠아리움에는 없는 상괭이 병원이 왜 부산아쿠아리움에 만들어졌을까.
상괭이 병원은 세계 최대 수족관 브랜드인 '씨라이프(SEA LIFE)'를 보유한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부산아쿠아리움을 인수해 동물보호를 테마로 새로 단장하면서 설치했다.
김 대표는 "매번 색다른 동물을 보여주고 그런 흥미만 쫓는 것이 아니라 해양생물에 대한 존엄성을 알려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아쿠아리움은 단순한 '관람'시설에서 벗어나 해양 동물과 인류 공존을 위한 메신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쿠아리움은 해양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생태체험 시설"이라며 "사람들의 아쿠아리움 방문이 해양 생태계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산아쿠아리움은 보호에 초점을 맞춘 BRP(Breed Rescue Protect) 프로젝트를 기획, 대외적으로 실천, 확대해가고 있다.
실제 부산아쿠아리움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존기관'이자 '해양생물구조 치료 기관'으로 오염으로부터 해변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해양보호지역 설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상괭이 병원과 재활치료 외에도 지난 해 10월엔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동북이'를 재활치료 후 방류했다.
그렇다고 재미와 즐거움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개장 13년째를 맞이하는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은 약 4000평에 이르는 공간에 250여종, 약 1만여 개체에 이르는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다. 특히 80여미터에 이르는 투명터널은 심해 속 해양 생태계를 자연 그대로 옮겨둔 것이 특징.
또 상어 생태 터널(25mX35mX4~5m, 3000톤)은 길이 12m, 두께 25cm, 무게 10톤의 아크릴패널로 제작됐고, 총 80m의 터널이 이를 관통하고 있다.
이 곳에는 샌드타이거 상어(그레이너스 상어) 10마리가 있다. 무시무시한 이빨을 자랑하는 샌드타이거 상어를 직접 보면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성격이 온순한 편이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직접 수족관에 들어가 체험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생명을 가격으로 환산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개체 당 가격을 물어보니 김 대표는 샌드타이거 상어 한 마리에 1억원에 달한다고 귀뜸했다.
부산아쿠아리움에서 특별히 볼 수 있는 어종은 또 있다. 바로 '개복치(학명 몰라 몰라 Mola Mola)'다. 사육조건이 까다로워 국내에서도 자연산 개복치를 전시했다 폐사한 일이 있을 정도. 하지만 부산아쿠아리움에는 건강한 개복치가 수년째 전시돼 있다.
김 대표는 "지난 해 기준 연간, 120만 명의 국내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올 해 안에 총 누적 1500만 방문객 돌파가 예상된다"며 "단순 관람형 아쿠아리움을 벗어나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은 바다 생물들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인간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또 하나의 작은 바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아쿠아리움은 2012년 2월 호주 LLA그룹에서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츠 그룹으로 인수됐다. 이후 멀린 그룹의 아쿠아리움 브랜드 'SEA LIFE' 컨셉에 맞춰 내부 시설공사와 아쿠아리움 운영방침 등을 적용해 개선시켜 왔다.
멀린 엔터테인먼츠 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1위, 세계적으로는 2위인 테마파크 그룹이다. 대표 관광 명소로는 아쿠아리움 브랜드인 씨라이프를 비롯, 마담투소, 런던아이, 레고랜드 등이 있다.
부산아쿠아리움은 지난 2010년 7월 영국 타임지에 '부산을 방문해야 할 다섯가지 이유'에 선정되기도 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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