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백화점으로 불리는 호남고속철도 사업에서 전력선 납품 입찰 관련 업체들의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50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납품 입찰에 참여한 국내 전선회사들이 담합을 통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포착하고 전선회사 임직원 등 모두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일진전기, LS전선, 넥상스코리아, 대한전선, 호명케이블, TCT, KTC, 가온전선 등으로 지난해 5월부터 경쟁입찰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낙찰 받을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미리 정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인 담합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낙찰사가 납품해야 하는 물량을 업체들이 서로 하도급 주는 방식으로 분배했다. 또 일진전기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전선을 수입해와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인 것 처럼 속여 납품하기도 했다. 작년 10월부터 일진전기가 이런 방식으로 챙긴 차익이 55억원 가량 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납품 전 이뤄지는 성능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성능검사의 일종인 '불가분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도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고 검사 직전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소량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저가 중국산 전선을 납품하기도 했다. 현재 전선은 약 80% 정도 납품이 완료된 상태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은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8조3500억원에 이르고 2006년 시작돼 올해 올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으로 4355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자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게됐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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