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제주도로 귀농하기 위해 가족과 세월호에 승선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한윤지씨(29)가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 임시 안치됐다.
한씨는 지난 4월 16일 남편 권재근씨(51), 아들 혁규군(6), 딸 지연양(5)과 함께 세월호에 승선했다 배가 침몰하면서 딸만 구조됐다.
한씨 시신은 4월 23일 구조됐지만 남편과 아들이 실종상태라 이들의 생사가 확인될 때가지 장례를 미뤄왔다.
권씨 가족은 베트남에서는 죽은지 90일이 넘으면 영혼이 구천을 헤매 좋지 않다는 풍습이 있다는 한씨 친정 뜻에 따라 83일 만인 이날 한씨의 시신을 목포에서 화장했다.
진도 팽목항 시신안치소에서 실종 가족을 기다리던 한씨는 남편 형인 권오복씨(60)와 아버지 판반차이씨(62), 여동생 판녹한씨(26) 등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됐다.
여동생 판녹한씨는 "제주에 정착한 뒤 베트남에 온다며 옷이랑 신발을 사서 보여줬다. (4월)16일 제주에 간다며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끝내 울먹였다.
권씨는 "딸은 어떻게든 우리가 키울 테니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며 한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줌의 재로 변한 한씨의 유해는 육군 헬기로 인천 부평까지 이송돼 세월호 일반 희생자들이 있는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 안치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씨 유해는 임시안치됐다 나중에 실종 가족이 발견되면 유가족 의사에 따라 재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