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들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수억원을 뜯어내고 그 돈으로 필로폰을 밀반입해 판매하고 투약하다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이스피싱으로 5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이모 씨(27) 등 18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또 잠적한 박모(33)씨 등 4명을 수배했다. 이들 22명 가운데 총괄 책임자인 박씨와 연락책인 이씨 등 주범 7명이 탈북자다.
박씨 등은 지난해 3월 5일부터 지난 3월 23일까지 정모 씨(44.여) 등 38명에게 전화로 자녀가 납치됐거나 검.경찰, 국세청등을 사칭하는 수법 등으로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장시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해커들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 432개 파일, 600만건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보이스피싱 수익금으로 중국에서 구입한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모 씨(23) 등 탈북자 12명을 붙잡아 6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같은 혐의로 송모 씨(25) 등 탈북자 2명을 수배했다.
이들 14명 가운데 전씨 등 3명은 보이스피싱에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체 탈북자는 18명으로 집계됐다.
전씨 등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선양에서 필로폰 70g(시가 2억1000만원 상당)을 사들여 지난 1월 2일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뒤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히로뽕 판매를 위해 탈북자 6명으로 구성된 중간판매 조직을 만든 뒤 주로 탈북자들에게 히로뽕을 판매.투약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히로뽕을 투약한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20~40대로 혼자 탈북한 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문제의 탈북자들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 사무소인 '하나원'과 새터민 모임 등에서 알게 돼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탈북자 1~2명이 낀 보이스피싱 조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무더기로 가담한데다 마약 밀반입까지 손을 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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