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직원이 약초와 약나무 422종의 효능을 최신 특허와 논문으로 검증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식제 특허청연수원 교수(57.서기관)는 15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2400여장의 약초.약나무 사진과 2500여건의 특허.논문자료를 담은 방대한 분량의 책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2'를 최근 냈다.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는 저자가 찍은 △감초, 지황, 울금 등 약초 △블루베리, 황칠나무, 소태나무 등 약나무 사진들이 컬러로 실렸다. 여기에 조 교수가 특허청에 근무하면서 익힌 특허, 연구논문에서 밝혀놓은 새 효능들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예를들어 감초는 다량 복용하면 하지 마비 현상이라는 부작용과 감초 성분이 항진균 및 항우울효과가 있다는 논문의 출처를 밝혀둔 것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고들빼기, 냉이, 달래, 씀바귀 등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물들이 간질환 치료나 숙취 해소에 작용하는 약효식물이 된다는 관련 자료들까지 덧붙여져 흥미를 더해준다.
조교수는 2011년 펴낸 '특허로 만나는 우리약초1'에서는 산삼 상황버섯 등 260여 종의 희귀, 약용식물을 실었으나 이번에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소개했다.
조 교수가 이 책을 펴낸 데는 숨은 사연이 있다. 10년 전 40대 후반의 친형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현대의학을 보충할 수 있는 항암약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전국 산야를 돌아다녔다. 그는 "봄엔 복수초, 노루귀 등 야생화와 어수리, 곰취 등 나물류를 관찰하고 가을에는 산삼, 송이, 능이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그의 집안사연도 재미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3대가 한의사여서 어릴 때부터 한약재와 친숙해 산과 들에서 만나는 온갖 약초들을 남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우리 약초에 대한 한방지식의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동의보감 같은 고전의서는 물론 1990년 이후 발표된 연구논문, 관련특허 등을 살펴보면서 자생식물 가치와 특성을 알게 돼 이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원식물의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라며 "따라서 감성적인 눈으로 약초, 약나무 등을 학문적 실용적으로 재조명해야만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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