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서울대 정시 기회균등선발 특별전형으로 미대 동양화과에 입학하는 우소라 양(20). 그는 귀에 잡음이 심해 상대방의 정확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 2급 장애인이다. 다음 달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앞두고 한 껏 기대에 부푼 우 양은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며 "또 내가 귀가 불편한 것처럼 마음속 병을 가진 사람들을 그림으로 치유하는 미술 치료사도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상대방의 목소리로는 부족해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다. 6살 때 오른쪽 귀에 인공 와우 수술을 받았고, 장치에 문제가 생겨 고등학교 2학년 때 재수술을 받았다. 정확한 목소리를 듣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외부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재수술 직전에는 상황이 심각했다고 한다.
우소라 양은 "수업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힘들 정도"라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작년 1월 재수술을 받았고 그 후 치료와 언어재활 훈련을 병행하면서 학교에 나갔다. 이후 소리 변별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업시간에는 입 모양을 통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식이 복잡한 수학이나 설명이 길고 빠른 국어 시간에는 배로 힘이 들었다.
우 양은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려고 맨 앞자리에 앉아 집중하다 보니 안구건조증도 자주 생기고 목과 머리의 통증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며 "한편으로는 잘 듣지 못해 친구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자존심 상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본래 사회복지학과에 가려고 했다는 그는 작년 11월 수능시험을 마치고 미술을 전공하기로 진로를 바꿨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앞으로 일반 학과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 속 만화를 따라 그렸다는 그는 고교 애니메이션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학원 등에서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 적은 없다.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봉사활동'이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 주기적으로 장애인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는데 참 행복한 경험이었다"며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주변에도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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