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을 살해한 부인과 내연남이 15년만에 붙잡혔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25일 남긴 시점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 전담팀이 해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내연남과 공모해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사체를 음주운전하다 축사에 부딪쳐 사망한 것처럼 위장한 전 부인 신 모씨(58)와 내연남 채 모씨(63)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992년부터 내연 관계에 있던 피의자 신 씨와 채 씨는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채무가 계속 증가해서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총 5억 7500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후 남편을 살해하기로 공모했다. 1998년 12월 20일 신씨는 전 남편에게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자신이 몰고 다니던 채씨 소유의 그랜저 승용차에 태워 군산시 지곡동 한적한 매운탕집으로 이동한 뒤 만취하게 했다. 공범 채씨는 신씨와 전 남편이 술을 마시고 나와 차량에 승차하자 뒷좌석으로 따라 들어간 뒤 미리 준비한 절구공이로 조수석에 탄 피해자의 뒷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실신시켰다. 이후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자, 복스렌치로 후두부와 안면부 등을 수회 때려 살해하고 비스듬한 도로에서 시동을 켠 채 기어를 중립에 두고 내려가다가 차를 돼지축사에 충격하도록 하여 마치 피해자가 음주운전하다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다.
영원히 미제로 남은채 종결될 뻔 했던 사건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른건 지난 9월 서울청 강력계 장기미제사건 전담팀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한 덕분이다. 사건기록과 국과수 부검결과 등을 검토해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게 아니라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보험서류 가입 분석, 통화내역 검증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결국 지난 달 27일 도피 중인 채 씨와 제주도에 은신 중인 신 씨 등 두 피의자를 모두 검거했다. 15년 전 벌어진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를 25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서울청 장기미제전담팀 관계자는 "시일이 오래 지난 사건이라도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해결 실마리가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며 "지금까지 묻혀져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미제사건들을 전면 재검토해 처음부터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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