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신 죄…미수당 유자녀의 울분

【 앵커멘트 】
똑같은 6·25 전쟁 전몰장병의 자녀인데도 보상금을 받는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가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박통일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박통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올해 71살의 심준구 할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가장을 잃고 힘겹게 삶을 꾸려온 심 할아버지 가족,

그나마 힘이 돼준 국가의 보상금은 심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여읜 98년 8월부터 지원이 끊겼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정부는 과거 지원이 미흡했던 6.25 전몰군경 유족들을 보상하는 취지에서 관련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탓에 충분히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유자녀들이 주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심 할아버지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어머니가 늦게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개정안은 98년 이후 한 번이라도 보상금을 받은 전몰군경의 자녀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심준구 / 미수당 유자녀
- "아버지도 저승에서 자식이 국가로부터 나 때문에 보호받고 있다고 위안을 하면 그게 아버지의 명예를 찾는 거고…."

개정안 취지대로라면 어머니가 98년 이후까지 살아계셔 정부의 보상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심 할아버지는 충분한 보상을 받은 유자녀에 속합니다.

같은 이유로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이른바 '미수당 유자녀'는 전국에 7천여 명,

마치 늦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원망하라는 듯한 정부의 개정안에 미수당 유자녀들은 분통이 터질 따름입니다.

▶ 인터뷰 : 이하경 / 미수당 유자녀
-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에요. 세상에 죽는 날을 어머 (스스로)가 정해서 가시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

뚜렷한 이유나 합리적인 근거도 없는 98년이라는 기준은 또 다른 보훈의 사각지대를 낳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 tong1@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