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계엄군 들어왔다" 재촉에 절차적 정당성 지키며 안건 상정
우 의장, 만일 대비해 계엄 공식 해제 전까지 본회의장 열어둬
우 의장, 만일 대비해 계엄 공식 해제 전까지 본회의장 열어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가 155분만에 '무효'를 선언하게 된 과정 전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끌었습니다.
계엄 선포 당시 우 의장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만찬회동 후 공관에서 휴식하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선으로 보고받고서 한남동 공관에서 국회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10시 56분쯤 국회에 도착했으나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경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된 우 의장은 결국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습니다. 1957년생인 우 의장은 올해 67세입니다. 국회 담장 높이는 1m 남짓입니다.
우 의장의 '월담'에 놀란 경호대장이 당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우 의장이 경내에 진입한 후에도 '계엄군이 진입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사회권 침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일부 보좌진과 모처로 이동했다. 어디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우 의장은 본청에 들어가 자정쯤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국회를 믿고 차분히 상황을 주시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0시 30분쯤 본회의장 의장석에 올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준비했습니다.
본회의 개의가 준비되는 동안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진입, 이를 막아서는 의원 보좌진들과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당장 개의해서 (계엄해제 요구) 안건을 상정하라",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 없이 (의결)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면서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우 의장은 안건이 올라오자 0시 47분에 본회의를 개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밖의 상황을 잘 안다. 이런 사태엔 절차를 잘못하면 안 된다. 비상한 각오로 다 바쳐서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쯤 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우 의장은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본회의장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식 해제 때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두기로 했고, 해제 선포가 나오지 않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됐습니다.
우 의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지만 정확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를 했고, 의결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5시 50분쯤 회의를 멈췄습니다. '산회'가 아닌 '정회'로, 언제든 회의를 다시 열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였습니다.
우 의장은 당분간 국회 본청 집무실에 머무르면서 사태 수습과 추가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응할 방침입니다.
계엄군 진입 유리창 살펴보는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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