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500만 주식 투자자 입장 고려 안 할 수 없어"
'유예' 아닌 '폐지'…2년 뒤 대선서 논쟁 재발 가능성 사전 차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확정했습니다.'유예' 아닌 '폐지'…2년 뒤 대선서 논쟁 재발 가능성 사전 차단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히며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당내에서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한다'는 원칙을 앞세운 시행론 목소리가 거셌지만, 이 대표는 이보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이들의 여론 동향을 더 우선시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 실제 먹고사는 문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표가 잠정적 조치인 '유예'가 아니라 '폐지'로 결정한 점도 눈에 띕니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 시기인 2년 뒤에 또다시 금투세 시행·유예·폐지론을 두고 논쟁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를 위한 장외집회를 여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이 대표 개인만큼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이 대표가 대권주자다운 안정적인 모습을 부각해야만 정쟁에 지친 중도층의 민심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이날 오후 SK텔레콤이 여는 대규모 인공지능(AI) 전시·발표 행사인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과 차담회에 이어 AI 기업 간담회를 열어 기업인들의 고충을 청취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이달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정책 간담회를 진행합니다.
이 대표는 앞서 9월과 지난달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이상돈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이어간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우클릭'이 민주당의 전통적인 개혁·진보성향 지지자들이나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이 대표로서도 숙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조세 정의·정치 신뢰도 함께 폐지됐다"고 비판하는 등 같은 야권 내에서의 공세가 시작된 상황입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가 합의한 정책을 사실상 이 대표가 마지막 결단을 통해 뒤집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 "주가조작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불공정한 시장인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주식시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금투세 폐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리를 확대하며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의 상법 개정 등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주장해 온 정책을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는 약속도 내놨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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