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 국가가 4억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3부(변성환 양형권 황순교 부장판사)는 김 전 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4억 3,0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으로 출소 이후에도 범죄자라는 오명 하에 오랜 기간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을 것으로 보이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배상금 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양측이 재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김 전 수석의 소송전은 약 11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김 전 수석은 18살이던 1977년 10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선언서를 배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는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79년 8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습니다.
이후 재심을 청구해 2014년 5월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김 전 수석은 2013년 9월 긴급조치 9호로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가 이미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2,625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옛 민주화보상법은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다면 더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헌법재판소는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힘입은 김 전 수석은 2019년 2월 재차 국가배상 소송을 냈으나, 이번에는 소멸시효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권리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혹은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하는데, 1·2심 법원은 김 전 수석이 석방된 이후 이미 30년 이상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김 전 수석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에 관한 새로운 판단을 내놓으며 소멸시효는 전원합의체 선고일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후 작년 6월 대법원은 김 전 수석의 소송에서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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