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옆에서 팔 만지작…여자친구냐 놀림받아" 美장교가 말한 DMZ서의 8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유엔군 사령부 소속으로 DMZ에서 8년간 근무한 미 해군 퇴역장교 대니얼 에드워드 맥셰인 전 소령의 판문점 생활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DMZ 근무 기간중 가장 어색했던 순간으로 지난 2018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만났을 때를 꼽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2022.8.11.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러 판문점을 찾았는데, 회의 장소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팔을 가볍게 만지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판문점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김 부부장이 '여자친구'냐며 자신을 놀리기도 했다고 맥셰인 전 소령은 회상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판문점에서 최장기간 근무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남북 관계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전 세계 마지막 남은 냉전의 화약고에서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맥셰인 전 소령은 "근무 첫날 밤 주변에서 지뢰 한 발이 터졌고, 이튿날엔 두 개가 폭발했다"며 "DMZ에는 지뢰 200만 개가 흩뿌려져 있었다.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오전 10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직통전화로 북한 측에 전화를 거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은 "풀 깎는 작업 중이니 (오인해서) 쏘지 말라"는 식의 일상적 대화였다고 전했습니다.

북미 양국 장교들이 판문점에서 가끔 마주치면 야구 얘기 같은 사적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군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DMZ내 분위기가 항상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15년 DMZ를 순찰하던 한국 육군 하사 2명이 북한 목함지뢰에 중상을 입었을 때와, 2017년 북한군 병사가 총격을 뚫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했을 때는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판문점 주변의 기류도 얼어붙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맥셰인 전 소령은 당초 2019년 6월 말 판문점 근무를 마치고 퇴역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깜짝 만남'을 제안하면서 이러한 일정은 무산됐습니다.

정상회담 당일에는 몇 시간 뒤 북한 장교들이 수십 개의 북한 인공기를 들고 나타났는데, 맥셰인이 가진 미국 성조기는 3개뿐이어서 급히 해병대 헬리콥터가 서울로 날아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성조기를 조달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맥셰인 전 소령은 2018년 4월 당시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 공동으로 심은 '평화와 번영의 나무'가 "죽지 않도록 계속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남북 간 화해·협력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