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 발언에 예결위 두 차례 파행
한동훈 “의사진행 되지 못한 점 유감”
황운하 “천박한 언어”…공수처 고소 예고
한동훈 “의사진행 되지 못한 점 유감”
황운하 “천박한 언어”…공수처 고소 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한 것에 대해 황 의원은 “완벽하게 모욕죄”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한동훈, 음모론자 발언 “번복할 의사 없다”
음모론자 발언은 7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동훈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건 황당한 주장인가’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 과정서 나왔습니다.
한 장관은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그리고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난 2일 황 의원이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장관은 또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있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법무장관이 왜 나오냐”며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우원식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당 발언으로 예결위는 이날 저녁 10시쯤 정회됐습니다. 이후 50분 뒤 속개했지만, 한 장관이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오후 11시 27분 또 정회됐습니다. 두 차례 파행 끝에 8일 오전 0시 20분 재개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은 “제 발언 때문에 의사진행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취지에 대해선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황운하 “국회 존재 무시하는 반민주적 태도”
황 의원은 “한 장관이 국회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특정해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모욕죄를 저질렀다”며 한 장관을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며 “즉각 공수처에 고소하는 건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해 “마약류 범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소 증가한 건 맞지만 대통령은커녕 경찰청 마약과장 레벨에서 대응하면 적당한 수준”이라며 “그런데 느닷없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를 기획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짐작 가는 바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검찰이 주도하는 검찰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은 오만방자한 검찰만능주의자들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0.29 당일 압사사고가 예견되는 혼잡지역에 기동대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지만 마약단속 인력은 50명 넘게 배치되었다”며 “대통령부터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 운운하니 일선경찰들이 어떤 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판단할지는 불문가지 않은가”라고 꼬집었습니다.
황 의원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대형참사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다각도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건 국회의원의 당연한 직무”라며 “이 같은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 행정부 소속 국무위원이 국회 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함부로 쏟아내는 건 국회의 존재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태도다.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야만적이고 천박한 언어”라고 직격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