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법에 쓰여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한데 대해 "미국 정부의 일반적인 입장과 차이가 있다"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전날 옐런 장관이 미국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IRA 관련) 한국과 유럽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이를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우리는 법에 쓰여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데 대해 짧지만 굵게 받아쳤다. 윤 대통령이 말한 '미국 정부의 일반적 입장'은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전달한 친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인플레감축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미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고, 한국기업에 대한 배려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도 직접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눴으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국의 정상을 직접 만나거나, 대화하면서 확인해준 내용을 미국 정부의 장관이 사실상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불쾌함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좀 더 지켜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IRA로 인해 미국 내 한국기업 일부 피해가 예상되자, 윤 대통령은 지난 9월부터 방한하는 각 주지사들과 접견하며 "한국 기업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어 제77회 유엔총회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IRA관련 협조를 당부했고,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긍정적 답변을 담은 친서를 받는 등 성과를 냈던 상황이다. 그러나 옐런 장관이 이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 역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옐런 장관의 이같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RA로 조지아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차의 피해가 가장 크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지아 출신 래피얼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조금 관련 일부 조항 유예를 담은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 등은 밀릴 수 있다.
[박인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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