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해수부 공무원, 中선박 옮겨 탄 정황"…한자 구명조끼·붕대

“국방부·해경, 외부선박 발견 정황 은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국방부와 해경이 고(故) 이대준 씨가 실종된 뒤 중국 선박에 구조됐다 다시 표류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4일) 감사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발견된 이 씨가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착용, 실종 당시 없었던 ‘붕대’가 감겨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 씨는 2020년 9월 21일,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하던 중 소연평도 남방 2.2km 부근에서 실종됐습니다. 실종 38시간 뒤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는데, 감사원은 그사이 어딘가에서 초기 구조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입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씨가 표류한 사이 북한 주장 서해경비계선과 북한한계선(NLL) 해역서 발견된 배는 중국 어선뿐입니다. 감사원은 이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붕대를 감은 정황을 토대로 중국 어선에 구조돼 응급처치를 받은 후 다시 표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수사 주체였던 해경은 이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와 민간어선에서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인터넷 상거래에서 유통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전했습니다.

이 외에도 북한군과의 첫 접촉 시 월북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정황도 파악됐지만 당국이 미분석한 점 등 전 정부가 ‘자진 월북’ 결론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정황을 의도적으로 은폐·왜곡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감사원 판단 또한 제한적으로 열람한 기밀정보(SI)를 토대로 나온 것이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및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의 반박이 예상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