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지도부 체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차기 전당대회 준비가 시작된 가운데 '역선택'이 당내 큰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배신자 족쇄 벗어"라는 한마디를 던지자 당 안팎서 방지책 마련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30% 수준인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줄이고 당원 투표 반영비율을 현행 70%에서 더 높이자는 의견인데 후보들 당권 유불리에 직접 영향이 있는 민감사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 하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변호사는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을 변경해서라도 당 주류 입장에서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줄이고 당원들의 투표 비율을 늘려 친윤에 가까운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당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현행 당헌당규상 당 대표의 선출은 선거인단 유효투표 결과(당원 비율)를 70%, 일반 여론조사 결과(국민 여론) 30%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천 변호사 얘기는 현행 70대30의 전당대회 '룰'에서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줄이고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자는 얘기다. 돌연 전당대회 '룰' 변경 얘기가 불거진 것은 차기 당권 유력주자중 한명인 유승민 전 의원의 급부상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이 당 대표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또다시 공유했다. 처음엔 아무런 언급 없이 기사 링크만 올렸던 유 전 의원은 이후 "與 대표 적합도···유승민 TK서 44.5%로 급등, '배신자 족쇄' 벗어"라는 기사 제목도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9일에도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7주 연속 선두를 달렸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바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에게)'대표님 전당대회 출마하십니까?'라고 제가 문자를 넣었는데 '장 교수는 어떻게 생각하냐?' 답이 왔다"며 "제가 '당연히 출마하셔야죠.' 그랬더니 '알았어. 고민해 볼게'라고 답했는데 저런 반응은 출마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 전 의원의 급부상을 지켜보는 당 지도부는 불안한 심경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그야말로 친윤그룹쪽에선 '이준석 늪 빠져나왔더니 유승민' 격 아니겠냐"며 "친윤 중심 전당대회를 생각하는 쪽에선 '룰' 변경은 필수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을 자처하며 당권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이날도 방송에서 "당 대표를 뽑는 데 있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것이 적절하냐 이런 논란이 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연한 것이고 반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장외 유력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작년 서울시장 경선 때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안 뒀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택한 우리 당의 시장 후보가 당선이 된 형국이 되어 버렸다"고 말해. 전당대회에서 결국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역선택' 문제는 당심과 민심을 합쳐서 승부를 내는 당내 경선이나 대표 선출 과정에서 항상 논란이 돼 왔다. 다른 당 지지자들이 결과를 어지럽힌다는 것인데, 실제 지난해 6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몰표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비윤그룹을 비롯해 중도파들마저 역선택 방지를 위해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건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과거에도 경선서 역선택 방지 문항을 넣은 적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대위가 또 당헌당규 개정하는 건 부작용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전대룰을 바꾸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안철수 의원 역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대룰 변경의 수혜자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당원을 결집할 수 있는 김기현·주호영 의원 등이기 때문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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