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핵심 과제로 밀어붙인 탈원전과 주52시간 근로제도로 인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비용이 4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울 1·2호기의 상업 가동 시점이 '탈원전 정책'으로 몇 년째 늦춰지며 수조 원가량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한 데 이은 후폭풍이다.
7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사업 일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 3차례나 변경됐다.
1차 변경은 2017년 11월 이뤄졌다. 원전 건설을 중단할지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원전 공사 기간은 5개월 가량 지연됐다.
공사가 일시 중단된 데 따른 보상으로 한수원은 협력사에 670억원을 지급해야만 했다. 또 일반관리비와 건설이자 등으로 추가로 327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1차로 사업 일정이 변경됐을 때 추가된 총 비용이 최소 997억원인 셈이다.
신고리 5·6호기 사업 일정은 2018년 12월 2차로 다시 변경됐다. 당시 주52시간 근로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제한되다보니 공사기간이 연장돼 추가 비용이 들었다. 한수원에 따르면 협력사에 보상한 비용은 1421억원에 달했다.
일반관리비와 건설이자는 합쳐서 약 1644억원이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 집계됐다. 결국 2차 일정 변경에 따라 추가된 총 비용은 최소 3065억원으로 분석됐다. 1~2차 변경에 따른 총 추가 비용은 4062억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원전 사업 일정은 내진성능 향상을 이유로 2021년 2월 3차로 변경됐다. 한수원은 3차 변경에 따라 추가로 투입된 예산은 아직 산정 중이란 입장이다.
그간 신고리 5·6호기 건설지연에 따른 비용발생이 최소 수천억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당사자인 한수원의 직접적인 추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 사업 일정이 거듭 변경되며 탈원전으로 인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덩달아 커졌다는 게 권 의원의 지적이다. 신형 원전 1기에서 1kWh당 생산 발전 단가는 시간당 54원인데 건설이 지연되며 상대적으로 비싼 LNG로 발전량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LNG 발전 단가는 1kWh 당 126원이다.
권명호 의원은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한수원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떠안았다"며 "LNG 등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의 발전이 늘어나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들에게 피해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전 안전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후폭풍에 따른 혈세낭비는 이뿐만 아니다. 앞서 신한울 원전 1·2호기의 정상 가동이 5년간 지연되면서 공사비도 당초 예상보다 2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4차 이사회에 올린 '신한울 1·2호기 사업 기준 공사비 변경안'에서 신한울 1·2호기의 사업비를 당초 2014년 선정했던 7조 9823억 원보다 2조 3451억 원(29.4%) 늘어난 10조 3274억 원으로 책정했다.
1.4GW급 신한울 1호기와 신한울 2호기는 각각 2017년 4월과 2018년 4월 상업 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주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평가와 기자재 품질 강화 등을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다 2020년 4월에야 완공됐다. 이후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비행기 충돌 위험 등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지난해 7월에야 조건부 시운전을 허가했다.
이 역시 준공 지연에 따른 추가 전력 비용 3조 4004억 원을 합하면 신한울 1·2호기 건설 지연으로 6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한국전력의 지난해 적자 규모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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