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 '병사 봉급 월 200만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한 줄 공약'이 국정과제에서 실종 또는 축소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 폐지'와 '사드 추가배치'는 빠졌고,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은 공약 내용이 일부 수정된 상태다. 일각에선 '표퓰리즘식' 공약 남발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일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비전 아래 6대 국정 목표와 110개 국정과제를 브리핑했다.
국정과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15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26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32개)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19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18개)로 구성돼 있다.
국정 세부과제 110개에 윤 당선인의 한 줄 공약인 '여가부 폐지'와 '사드 추가배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단,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은 당초 윤 당선인이 취임 직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으나, 국정과제에는 '2025년 병장기준'으로 수정됐다.
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인수위는 민생 경제 회복 등 현안을 먼저 챙기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는 추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수렴한다는 태도다.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여가부 폐지가 국정과제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혼동의 여지가 없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이번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현재 정부조직을 그대로 물려받고 운영하면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해서 더 좋은 개편안이 마련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그런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태효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은 '사드 추가배치' 공약 부재에 대해서 "신중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고 보시면 될 것"이라며 "이미 배치돼있는 사드체계도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있는 사드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 북핵 미사일 동향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판단 대응할지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에 대해선 윤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재정 여건 상황상 당장 추진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사 봉급 200만원' 공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재정 여건이 여의찮아 일부 점진적으로 증액시키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국정과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대선 때 국민께 공약한 사안 중 일부 원안에서 후퇴한 점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로 국민께 반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특히 '병사 월급 200만원 즉시 시행'이 '2025년까지 단계적 인상'으로 조정된 것은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가 남긴 적자재정의 세부 사항을 보고 내린 고육지책이겠지만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또한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우리가 정부조직법 개정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들 그랬듯이, 대선 공약을 현실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인수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인수위에서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어떤 공약을 먼저 실행하고 또 어떤 공약을 후순위로 실행할 건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합리적 절충안을 낸 것이 국정과제"라고 말했다. 단 "공약이 부재한 것은 국민들에게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너무 마구잡이 식으로 나온 것 아니냐, 일단 표나 얻고 보자 그런 말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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