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기름값도 안 되는 돈으로 운전면허 내놓으면 제 차는 누가 운전해 줍니까?"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서울 서초구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출근하는 71세 A씨는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반납 시 10만원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데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딸아이와 함께 자영업을 하는데 분당구에 사는 딸한테 매번 데리러 오라고 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 짐이 많아 대중교통을 타기도 어렵다"면서 "주말이면 딸네 부부는 쉬라고 하고 손자손녀를 데리고 교외로 놀러도 간다. 이런 걸 10만원에 다 포기하란 말이냐"고 허탈해 했다.
1일 서울시가 70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 시 선착순으로 10만원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불만 여론이 적지 않다. 일부 고령운전자는 면허 반납 자체에 부정적인 가운데 혜택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뷰에 응한 73세 B씨는 "아들보다 시력이 좋을 정도로 팔팔하다"면서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흐려진다지만 가게도 운영하고 있고 아직 사회구성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운전면허증을 반납한다는 게 서글프다. 아직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10만원짜리 교통카드를 주면서 생색내는 듯한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운전을 이제 할 수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혜택이다. 노령층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인인 70세 C씨 역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데, 먼 거리는 어렵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무사고 경력만 40년이 넘는데 노년층을 싸잡아 홀대하는 기분"이라며 "운전면허를 나이대로 반납할 게 아니라 다양한 반납 방안과 보상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부산시가 가장 먼저 자진반납제를 도입했고, 이어 서울시가 2019년부터 시행하며 전국적으로 퍼졌다.
시행 초반엔 자녀 권유 등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에서 시행할 뿐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령자의 교통사고 증가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 비중은 약 15.6%였다. 이는 전년 대비 0.8%포인트 오른 수치로 2017년보단 3.3%포인트 증가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