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고위 공직자들에게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음에도 대통령비서실 소속인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여전히 다주택자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 12월 31일 기준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기 기획관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 대전 서구 아파트(5억1194만원)와 배우자 단독명의 경남 양산 단독주택(1462만원) 등을 보유했다. 또 배우자 단독명의 세종 어진동 상가(2억2576만원)를 포함하면 기 기획관의 건물 재산가액은 총 7억5232만원에 달한다.
이 외에 서울 마포구 아파트 및 경남 양산시 아파트 전세임차권 6억5000만원과 1억원, 배우자 단독명의 토지가액 3억8322만원, 본인·배우자·부모·장남 예금 총 4억8487만원, 본인 단독명의 자동차 한 대 1280만원 등을 신고했다. 기 기획관의 재산 총액은 23억8320만원대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고위 공직자에 대한 1주택 원칙을 강조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거주 중인 주택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매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주택자인 참모진에 대한 교체도 이뤄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3월 청와대 참모진 중 다주택자는 사실상 0명을 기록하게 됐다. 당시 강민석 대변인의 배우자가 보유한 단독주택은 상속분으로 20년 이상 폐공실이었고, 최재성 정무수석이 신규 취득한 임야는 이주 목적의 건축물을 짓기 위한 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새로 임명된 기 기획관을 비롯한 이태한 사회수석, 최윤호 경호차장 등이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이 기록이 깨졌다. 특히 기 기획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신임 방역기획관으로 내정한 인물이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만 청와대는 기 기획관 배우자가 소유한 경남 양산시 단독주택의 경우 시부모 사망에 따른 4분의 1 지분 상속으로 불가피한 다주택 보유 사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 기 기획관의 2주택이 투기과열지역과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주택가격이 낮은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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