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대선 19일만에 청와대에서 가진 만찬 회동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당초 윤당선인이 공식 건의하기로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임기말 '알박기' 인사 등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당초 지난 16일 예정됐다가 한차례 무산되기도 했던 회동은 임기말 문대통령의 인사권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역대 가장 늦은 회동으로 기록됐다.
이날 문대통령과 윤당선인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2시간 넘게 만찬을 함께 했다.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이 '의제 없는 회동'에 전격 합의하며 이뤄진 회동인만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취임전 윤당선인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장제원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문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당장 29일 국무회의에선 집무실 이전 예비비(496억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대통령과 윤당선인은 큰 틀에서 국정이양과 협조에 관한 대화를 나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에 대해선 그동안 회동 실무협상을 맡았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간 채널을 다시 가동해 협의하기로 했다. 코로나2차 추가경정예산, 임기말 인사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21개월 만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정권과 갈등을 빚던 검찰총장에서 이번에 대통령 당선인으로 문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한편 이날 회동이 성사되는데 김부겸 총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지난 25일 밤 모처에서 윤 당선인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회동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인 만큼 만나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관계자는"김 총리가 윤 당선인과 만나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되는데 적정 가교 역할 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문대통령은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정당간 경쟁할 수 있어도 대통령간에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당선인은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정책을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장제원 비서실장이 전했다.
[임성현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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