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사진)가 그동안 제조업 기업들의 수요처와 공급처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시켜준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제조업 뿌리산업 강화와 B2B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고 대표는 이와 관련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고 대표는 인수위원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 및 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제조업 뿌리산업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서 서울정부청사에 직접 방문해 뿌리산업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기술연구원은 6대 제조업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접합, 표면처리, 열처리)을 담당하는 곳이다.
고 대표가 현재 창업한 에이팀벤처스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에이팀벤처스의 서비스인 '카파'는 컴퓨터 수치제어(CNC),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업체의 견적을 온라인으로 비교해준다. 어떤 물품을 제조하고 싶은 기업이 견적요청서를 도면과 함께 업로드하면 '카파'에 가입한 500여 개 제조업체에 알림이 가고, 이를 통해 양자를 연결시켜주는게 핵심이다. 인수위도 고 대표의 인수위원 선임을 두고 "제조 생태계를 바꿔서, 제조업에 배달의민족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고 대표가 직접 현장에 방문한 것은 제조업 뿌리산업과 관련돼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한 뒤, 이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선 인수위원이기에 앞서 에이팀벤처스 대표이기 때문에, 뿌리산업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한 것이 에이팀벤처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고 대표에게 문의했지만 "현재는 (인수위서 언론에) 함구령이 내려 있다"며 답을 피했다.
뿌리산업을 기반으로 고 대표는 향후 B2B 스타트업 육성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 대표는 B2B 스타트업 관련 구상을 아는 전문가를 물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스타트업들은 보통 배달의민족, 쿠팡과 같이 일반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B2C인데 반해, 고 대표가 있는 에이티벤처스는 고객이 '기업'인 B2B라는 점이 다르다. B2C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미 많이 갖춰져 있지만, 제조업 등 B2B 분야선 디지털화를 통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제조업과 IT를 접목시키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 대표가 향후 인수위원으로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경우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100여개가 넘는 기업과 현재 계약을 체결했지만 제조업 현장선 널리 쓰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제조업 분야의 한 AI 담당자는 "공정 하나가 밀리면 엄청난 손해인 탓에 5G 무선통신과 AI를 강조하는 통신사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제조업 현장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 전했다. 고 대표의 B2B 스타트업 육성(제조업의 디지털화)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려면, 제조업과 IT(정보통신),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