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반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윤 당선인은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용산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청와대 집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3%,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6%로 집계됐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10%였다.
이외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23~24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이전 반대'는 53.8%로 집계됐다. 찬성은 40.6%, 모름·무응답은 5.6%다.
반대 이유로는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진행됐다'는 응답률이 38.1%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청와대를 이전할 필요가 없다'가 24.4%, '비용이 많이 든다'가 22.0%,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가 12.3% 순이다.
이전 찬성 이유로는 '대통령과 국민 소통에 도움이 된다'가 50.0%를 나타냈다. 이외에 '대선 공약을 지키는 것이다'가 20.8%, '기존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할 수 있다'가 16.1%, '청와대 이전으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 지역 개발이 빨라질 것'이 7.3% 등을 기록했다.
앞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응답자 과반이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던포스트알앤씨가 CBS의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53.6%)가 찬성(42.9%)보다 더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도니다.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33)씨는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시점과 상황에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용산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도 "국방부 주변은 차량 정체가 심한 곳인데 불편함이 더 커질 것 같다. 무엇보다 당선된 이후로 용산 이전 문제로만 계속 시끄러운데 대체 왜 옮겨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더 높았으나 윤 당선인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실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 이상 나온 것과 관련 "지금 여론조사 해서 몇 대 몇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용산 이전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많은 전직 대통령께서 선거 때 청와대에서 나온다고 했고 국민께서 지지해주셨다"며 "앞선 시도도 많았는데 새로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도 2번이나 (이전을) 말씀하셨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께서 이미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25일 국회에서 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추진 반대 여론에 대해 "당선인과 실무자가 국민에게 설득하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용산 이전과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취지에 대해 더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들 속으로 뛰어들어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라는 절대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들과 함께 가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며 "'왜 용산이냐'라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득을 하면 국민들이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었고, 거기에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없을 때까지 답변을 다 했다"며 "지금까지 기자들 질문이 없을 때까지 답변을 한 대통령 당선인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낮은 자세로 국민들을 대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최현주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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