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6월 지방선거 흔들림 없이 준비할 것" 사퇴 거부

거취 표명 요구 직원들엔 "고맙다"
국민들에는 "불편과 실망 드려 송구하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1 지방선거를 흔들림 없이 준비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7일 선관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중차대한 선거를 관리함에 있어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위원회는 지금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6일 앞에 두고 있다. 확진자 등 사전투표 부실관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한편 부족하고 잘못됐던 부분을 채우고 고쳐 정확하고 신속하게 지방선거를 준비 관리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노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20대 대선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와 관련해 국민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중차대한 선거를 관리함에 있어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며 재차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한 직원들에게 "여러 위원, 직원들이 상처 입은 마음을 생생히 전달해 주고 위원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등 선관위 상임위원 15명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대외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고 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고, 그렇기에 어느 조직보다 견고하고 튼튼해야 할 선관위는 지금 위태롭게 쌓여있는 모래성과도 같다"며 "밖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안으로는 조직원들의 신망을 상실했으니 더 버틸 명분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허 대변인은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 없이 설 수 없다)"이라며 "노 위원장의 길은 이제 사퇴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선거 사무는 국민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신뢰로 국가 운영의 기회가 오가기 때문에 단순한 실수로 여기며 넘어갈 수 없다. 한 번의 실수로 족하다. 물러나세요"라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뻔뻔하게 버틸 게 아니라 자진 사퇴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주권의 초석인 선거에서 부실과 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지극히 엄중한 사태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세환 사무총장은 사전투표 부실관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중앙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사무총장의 면직을 의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