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연기된 이후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당선인 측간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 사안마다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회동이 불발된 것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 측의 대단한 무례함이 있었던 거로 안다"면서 "마치 점령군 행세하는 모습 때문에 결국은 불발된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사면 문제의 경우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요청 드린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의사가 확인되기 전에는 그런 요청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해야 할 일인데, 들어가기도 전에 언론에 이런 요청을 하겠다, 결국 여론몰이로 사면을 협박하는 모양새 아니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려는 계획에 대해선 "우리 국방 안보에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국방부가 있는 용산 지역에 우리 군사시설이 많이 있다. 합참도 있고, 경비대도 있고, 사이버사령부도 있다. 그런데 그 부대들의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한달 안에 비워라, 그러면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강조했다.
이날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2월까지 공공기관 및 공기업 기관장에 신규 임명되거나 연임된 사례는 20건 이상이다.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보통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일을 계속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에선 이날도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등을 놓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것 같아 유감"이라면서 "5년 내내 공정과 정의에 역주행한 정권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가 불과 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임기 2∼4년짜리 직위에 이미 국민 심판을 받은 낡은 문재인 정부 철학에 따라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뜻을 정면 거역하는 오만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윤호중 민주당 위원장이 '용산 땅은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 데 대해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을 반대하고자 선거 끝난 다음에도 저열하게 나오는가"라며 "전임 정부는 후임 정부의 출범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