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없는 '완창(完唱)형 달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남은 일주일간의 대선 유세기간에는 미리 만든 원고를 들고 연설에 나선다. 엎치락 뒤치락 여전히 박빙 구도 속에서 자칫 한마디 말실수로 표심을 잃고 실점으로 이어지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2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일절을 맞아 명동을 찾아 유세한 이 후보는 선거기간 중 처음으로 미리 써놓은 원고를 읽어 가면서 선거유세를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시종일관 관중들을 바라보며 대화형으로 했던 예전 연설과 달리 이따금 연단서 원고를 보면서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와 대중에 포착됐다.
연설 내용도 예전보다 '매운 맛'이 사라졌다. 라이벌인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겨냥해 쏟아냈던 '전쟁광' '쓸 머리가 없다' 등 자극적 표현이 확 줄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남은 선거기간 효율적 선거운동을 위해 예전의 즉흥연설은 가급적 줄이고 사전에 후보와 캠프가 의논해 만든 20~30분 분량의 원고를 적극 활용하고 애드립도 최소화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이 후보 유세는 '완창형'으로 요약돼 왔다. 명창 소리꾼처럼 별도 원고없이 마이크만 잡고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가는 식이라는 얘기다. 대중 눈높이와 듣는 사람의 특성에 맞춘 쪽집게 화법은 이 후보 캠프와 지지자들이 라이벌인 윤석열 후보와 연설과 자주 비교해 최대 강점으로 꼽아 왔다.
이런 이 후보가 원고 유세를 받아들인 건 주변 참모들의 간곡한 조언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주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6개월 정치초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야기한 문제라는 취지 발언으로 국내외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울산 롯데백화점 유세에서는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느냐. 하고 싶어도 꼭 숨겨 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지"라고 말한 것 역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대선이 불과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혹시나 한치라도 말실수가 발생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경우, 해명과 만회 시간이 부족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정제된 언어와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자는 게 참모들 조언이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격정적 연설로 대중을 압도하는 이 후보 장점은 이미 많은 연설로 대중에게 충분히 각인 됐다"며 "짧은 시간 많은 곳 유세를 위해서도 원고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후보가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고를 지참한다 해도 이 후보가 원고만 읽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후보는 지방 유세 때도 많은 군중들이 모이면 사전에 연설 계획에 없는 시장서 과일상자로 연단을 만들어 올라가 돌발연설도 여러 번 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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