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3·9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일인 지난달(2월) 28일까지 단일화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막판 극적으로 단일화가 성사돼도 투표용지에 '사퇴'를 표기할 수 없다.
윤 후보는 지난달(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단일화 물밑협상을 공개했다. 단일화 결렬을 염두에 둔 승부수로 보인다. 이는 단일화 결렬 책임을 안 후보에게 넘김으로써 다자구도에서 분산돼 있는 '정권교체' 여론을 윤 후보 쪽으로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끈 놓지 않을것" 국민의당 "국힘, 이중 플레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2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윤 후보측과 안 후보 측은 28일에도 단일화 결렬을 놓고 책임 공방에 이어갔다.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8일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어려워진 것은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야권 통합 단일화의 끈을 저희가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접촉은 없지만 시간이 며칠 있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단일화의 끈? 이제 국민이 단일화해주실 때"라며 "지난한 협상이 도로 제자리다. 정권 교체의 대로에 모두 하나"라고 강조했다.
반면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고 재차 못을 박았다. 그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제 윤석열 후보가 본인들도 더이상 단일화와 관련해서 곰탕을 끓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잘 지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도 국민의힘이 단일화 협상 일지를 공개한 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2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을 통해 윤 후보 측에서 공개한 협상 일지를 '수사기관의 허위 조서'에 비유하며 "그동안 그분들이 주장하고 호소했던 단일화의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 후보 측은 단일화를 이야기하고 국민의힘은 흑색선전을 해대는 이중 플레이를 보면서 누군들 진정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 재개 가능성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월 28일 오전 전북 고창군 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사전 투표일(4일) 전을 2차 데드라인, 본투표일(9일) 전을 최종 시한으로 꼽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단일화는 본 투표일인 9일 전날까지도 가능하다. 만약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엔 사퇴 안내문이 게시된다. 하지만, 투표지의 후보 이름에 '사퇴'가 표시되지 않아 단일화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초접전 구도인 만큼 0.1%표를 추가로 얻기 위해서라도 단일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15대 대선(김대중-김종필), 16대 대선(노무현-정몽준), 18대 대선(문재인-안철수) 총 3차례였다. 2차례는 단일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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