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와 고양시를 연결하는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가 법원의 제동으로 22일만에 없던일이 됐다. 충분히 예상됐던 참사다.
법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무료화를 밀어붙인 막무가내 선심행정 자체가 무리수였다.
18일부터 통행료 징수가 다시 시작되자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항의와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무료화라는 선물을 줬다 뺐으니 더 열을 받는건 당연하다. "행정이 장난이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지사직을 사퇴하는날 이재명 집권여당 대선후보는 "주민들에게 일산대교를 돌려주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통행료 무료화 결재를 강행했다.
당연히 일산대교 이용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유료교량을 무료화하려면 적법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법치국가에서 정상적인 계약에 따라 통행료를 징수하는 민간사업자인 일산대교(주)의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고 통행료 징수권을 몰수하는 공익처분을 지방권력이 마음 내키는대로 할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도민들이 원하니 계약을 파기했도 된다"는 식으로는 안된다. 일방적인 계약파기는 자유시장 경제와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이 후보의 일방통행에 사업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법에 호소하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임이다.
민간사업자가 반발하자 이 후보는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지 악덕 사채업자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졸지에 돈독이 잔뜩 오른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된 일산대교(주)지분 100%를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다.
국민의 재산인 연금자산 수익률을 극대화시킬 의무가 있는 국민연금이 실질소유주인줄 알면서도 '통행료 징수로 벌만큼 벌었으니 먹고 떨어지라'는 겁박을 한것이다. 지방권력의 횡포다.
법원이 경기도의 일산대교(주)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통행료 징수금지 처분에 연거푸 제동을 건것은 이때문이다. 적법한 계약하에 적법하게 통행료를 징수한 민간사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본안소송서도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으로 안되니 고양시는 뜬금없이 일산대교(주) 전현직 대표 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기업의 고유권한인 직원숫자와 인건비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실제 배임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다만 고발 타이밍이 너무 노골적이다. 보복성 고발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뒤끝 작렬이다.
일방적인 통행료 무료화는 법적 다툼 여지가 큰 사안으로 재유료화 결말이 날 개연성이 컸다.
이 후보도 충분히 이럴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되든 말든 실적쌓기용으로 그냥 밀어붙인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지사직을 사퇴한 이 후보가 던져놓고 떠난 일산대교 폭탄 뒷처리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매표용 악성포퓰리즘의 민낯이다.
마구잡이 졸속 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다. '이재명은 합니다'식의 무대뽀 행정은 추진력이 아니라 독단일 뿐이다.
대선후보 확정후 속도전하듯 거세게 밀어붙이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20여일만에 갑작스레 철회했다. 사실 이것도 처음부터 안될 일 이었다.
소득하위 88%에게 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나눠준지 몇달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꺼내든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깜짝쇼에 여론은 싸늘했다.
단순히 정부 세수추계 오류의 결과물인 초과세수를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쓰려고 했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국가재정법 90조는 세금이 정부가 예상한것보다 더 많이 걷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나라빚을 갚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와 집권여당이 마음 내키는대로 초과세수를 재난지원금으로 전용할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자 무리한 헛발질이 이어졌다. 국가재정법을 피하려 올해 걷을 세금을 내년으로 늦춰서 받는 '세수 분식' 꼼수까지 동원했다.
황당한 수준의 편법까지 끌어들인 매표용 포퓰리즘은 민초들의 반감을 키우는 결정타가 됐다.
명분도 실리도 잃으면서 민심의 분노에 직면하자 결국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하기에 이른것이다.
그런데 집권여당은 국정혼란과 국민적 갈등만 키운 이 후보의 자성을 요청하기는 커녕, 여론에 떠밀려 어쩔수 없이 선택한 지원금 철회 결정을 '유연성'으로 포장했다. 국민을 기만하는 후안무치한 일이다.
애초에 비상식적인 주장을 펼치고, 설익은 정책을 툭 던져놓고선 반응이 안좋으면 철회하는건 유연성이 아니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과 국정혼란만 자초하는 무책임한 말장난일뿐이다.
재난지원금뿐만 아니다. 음식점 총량제, 전국민 가상자산 지급, 주 4일 근무제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꺼내든 국토보유세는 악성포퓰리즘 차원을 넘어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왕창 세금을 때려 걷어들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인데, 국민의 90%에게 이득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90대 10으로 국민을 갈라치는것도 불편하지만 땅부자 재산을 약탈해 나눠주는걸 정의인것처럼 말하는 인식 자체가 놀랍다.
광복직후 지주들을 공격하던 좌익세력의 선동이 떠오를 만큼 섬짓하다.
독단이 추진력으로 포장되고, 아니면 말고식 말바꾸기가 유연성으로 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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