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종 신부로 참전해 '한국전의 예수'로 불리는 에밀 조세프 카폰 신부와 전쟁중 총상을 입었던 호주 참전용사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이 대한민국 훈장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카폰 신부에게 최고 영예인 태극무공훈장을, 칸 장군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카폰 신부의 유족인 조카 레이먼드 카폰과 칸 장군의 가족인 조카손녀 캐서린칸 등이 대리 수상했다. 대통령이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진 국무총리가 수여해왔다. 문대통령은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님을 비롯한 22개 나라 195만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의 긍지이자 자부심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카폰 신부는 1950년 한국전 당시 미국 군종신부로 파병돼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하며 '6.25전쟁의 성인'으로 불린다. 조국으로 탈출할 기회를 마다하고 부상자를 돌보다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다. 포로수용소에서도 부상 병사를 돌보는 등 사명을 다하다 결국 그곳에서 사망했다. 지난 3월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서 유해가 발견됐다. 사망한지 70년만이다. 앞서 지난 2013년 미국 정부도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한바 있다. 문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신부님의 삶에서 희망의 힘을 지닌 인류애를 만날 수 있었고 신부님의 정신은 대한민국 가톨릭 군종의 뿌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3년 로마교황청도 카폰 신부에게 '하느님의 종' 칭호를 수여했고 성인으로 추앙하는 시성 절차를 밟고 있다. 문대통령은 "신부님의 성스러운 생애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칸 장군은 호주 참전용사로 1952년 한국전 당시 최전방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 총탄에 폐가 손상됐다. 호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전쟁의 참상을 알려왔으며 지난 2000년 호주 캔버라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건립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건강상 이유로 조카손녀를 대신 보낸 칸 장군은 소감 영상에서 "작게나마 한국 재건에 기여하고 훈장을 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반도의 영속적인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정부는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의 인연을 되새기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해 코로나와 기후변화 같은 세계가 직면한 위기도 함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대통령은 카폰 신부의 유족에게 십자가가 달린 철모를 선물했다. 철모에는 '자유와 평화를 위한 거룩한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칸 장군 가족에게는 호주군이 참전했던 가평전투를 기리는 뜻에서 가평군에서 채석된 가평석을 활용한 기념석패를 선물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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