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올렸다.
현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양 전 원장은 27일 CSIS홈페이지에 게재한 기고문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A New Look at the Korea-U.S. Alliance)'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최근 한일관계 악화는 한국이 악화를 시킨 것이 아니고 일본이 일련의 과정에서 잘못된 과거를 단절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이른 것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미국이) 굳이 개입을 한다면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지, 그걸 이유로 당장의 미국 편의성만 추구한다면 한국민들 신뢰를 심각하게 잃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방 간 동맹이나 협력 특히 역내 안보협력은 군사적 측면만 갖고 공고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화적으로나 외교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은 한국이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국이 설득과 압박을 병행한 인내와 대화, 평화의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현재 한미 양국 사이에 가장 큰 현안이 북핵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전쟁 억제에 대해서만큼은 한국민들이 당사자로서 더 절박하다. 미국에게는 옵션의 문제가 한국민들에게는 생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맹을 바라보는 시선 [기고문 전문]
양정철(CSIS 객원선임연구원)
한국전이 끝난 뒤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재건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낙담했다. 한국전 직후 UN이 구호와 재건을 위해 창설한 UNKRA(한국재건단)에 파견된 대표 중 한 사람도 “한국에서 경제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까지 비관했다.
그러나 폐허의 땅 대한민국은 불과 5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이 1953년부터 1961년까지 미국 등으로부터 받은 원조액만 23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던 한국이 한국전 끝나고 57년 후 OECD 산하 DAC 즉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다.
현재 한국은 DAC 회원국 중 GNI 대비 공적개발원조 즉 ODA 비율이 세계 15위에 이른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나라이자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93.8달러로 세계 91위였다. 그나마도 미국 원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상 GDP는 1조5449억 3천만 달러로 세계 9위에 이른다.
또 블룸버그가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GNI는 이탈리아를 추월해 G7 수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또 선진국 지표라 할 수 있는 소득 3만불 인구 5천만을 말하는 이른바 ‘3050클럽’ 전세계 7개 나라 중 하나에 이미 포함돼 있다.
심지어 IMF는 한국이 2024년까지 PPP, 즉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41,362달러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한국의 경제규모는 1960년 이후 무려 400배 가까이 커졌다.
세계 역사에서 식민지 개척, 해상무역, 산업혁명 등으로 패권국가가 된 그 어떤 강대국조차도 이처럼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 밖에도 한국은 WTO 기준 세계 수출 6위 국가, 세계 8위 외환보유국이다.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도 빠르게 상승해, 영국 브랜드 컨설팅 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2018년 내놓은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브랜드 가치 2조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 있다.
오늘날 한국은 경제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과 군사적 능력도 주목할만한 성과에 이르렀다.
지난 50년 숱한 굴곡이 있었지만 현재 한국은 민주주의 체제와 시스템에 관한한 매우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레벨에 도달해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매년 (1) 선거절차와 다원주의 (2) 정부의 기능성 (3) 정치참여 (4)정치문화 (5) 시민자유 등 5가지 기준으로 세계 각국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평가하는데, 한국은 2018년 기준 167개국 중 21위로 평가됐다. 이는 22위 일본, 25위 미국보다 높은 민주주의 지수다. 같은 기관의 2020년 평가에서도 한국은 10점 만점에 8.01점을 받아 역시 미국 일본보다 높은 “완전한 민주국가”로 분류됐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부패에 대한 단죄도 가혹하고 엄정한 수준에 와 있다. 전직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몰고 온 2017년 촛불집회는 연인원 1천만명이 참가한 세계 민주주의사의 세기적 평화시위였지만 그 기간 중 단 한 건의 폭력사태나 부상자, 구속자가 없었을 만큼 국민들 수준과 민주주의 의식이 높다는 점도 엄청난 강점이다.
군사력에서도 한국은 수년째 세계 6~7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GFP(Global FirePower)가 세계 각국 군사력을 비교해 발표하는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제치고 6위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 5개 국가 중 3개 나라가 UN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고 UN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2개 나라는 한국보다 하위에 위치했다. 즉 한국 군사력이 이미 강대국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국은 군 병력도 7위, 국방비 규모도 10위로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경험했던 국가 가운데 빠른 시기 안에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확립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는 거의 없다.
전후 재건 시기부터 한국의 안보체제, 시장경제체제, 민주주의 시스템 등 상당부분이 미국의 지원과 양국 동맹관계를 통해 이런 성과에 이르렀으니 이는 가히 굳건한 한미 동맹의 아름다운 여정이라 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놀라운 발전과 성장의 배경에 바로 미국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특히 한국전에서 미국 주도 유엔군의 용기와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기적같은 발전과 성장은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한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의 출발점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과 자유수호, 한미동맹 기반의 굳건한 안보체제를 통한 자유를 향한 여정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의 출발점은 (한국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한국전 후 미국의 경제적 원조와 그 이후 경제협력 및 자유무역질서 기반의 시장경제를 향한 공동의 여정에서 비롯됐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 1차대전 참전 이래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전쟁에 참가하고 전쟁 피해국 전후 지원을 통해 자유세계의 재건과 번영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참전과 재건 지원을 했던 국가 가운데 첫째 경제적 번영, 둘째 안정적이고 선진적인 민주주의체제 확립, 셋째 강력한 안보능력을 고루 갖추고 우뚝 다시 일어선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번영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자국이 치른 피의 대가가 한국에서 가장 빛나는 보람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은 두 나라가 함께 피를 흘리며 치른 공동 전선에서 더욱 굳건해져 왔다. 두 나라는 한국전을 시작으로 이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을 함께 하는 등 여러 차례 미국의 전쟁에 함께 해온 피의 동맹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군은 미국의 베트남전에 함께 참전해, 미군 희생자(5만 8220명) 1/10 정도 되는 5099명이 장렬히 전사했다. 한국군은 또 미국 혹은 UN 요청에 따라 이라크 등 지금까지 30개국에 5700여명을 파병했다. 2차대전 종전 후 두 나라만큼 전선에서 함께 한 동맹도 드물 것이다.
이제 한미 두 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도전과 응전의 많은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 출발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자부심에 걸맞게 한국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국민들 마음이 상한 것은 동맹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었다. ‘돌아온 미국’이 달라야 하는 것의 핵심 중 하나도 동맹은 동맹으로서 쌍방이 함께 존중해야 할 가치에서 충실하게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 양국 사이에 가장 큰 현안이 북핵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해 양국이 미묘한 시각차를 안고 있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양국 사이 미묘한 시각차 밑에는 첫째 북한의 핵과 전면전에 대한 시각, 둘째 전쟁을 대하는 태도, 이 두가지에서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고 본다.
북핵을 보는 양국 사이의 미묘한 시각차 밑에 깔려 있는 첫번째 요인으로, 북한을 분석하는 시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북핵위기가 시작된게 벌써 20년이 됐다. 북한의 핵을, 전면적 남침과 적화통일용에 더 무게를 둬서 보느냐, 북한의 필사적인 협상수단에 더 무게를 둬서 보느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두 시각과 분석 모두 각자 일리가 있고 공존할 수 있는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북이 핵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전면적 남침과 점령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과잉 해석은 우리에게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핵보유국으로서 비핵보유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적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기 위해 북한의 단독 전면전 수행능력을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북한이 공격을 감행할 수는 있지만, 전면전을 지속할 능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즉 북한이 전면전이 아닌 국지도발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시 북한군의 전쟁수행 능력을, 연료수급 능력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북한의 에너지 사용을 오래 관찰하고 분석해 온 미국의 안보전문 연구기관 <노틸러스 연구소>가 흥미로운 시뮬레이션을 내놨던 적이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군은 개전 24시간 내 항공작전 불능상태에 빠지고 5일내 함정 가동이 중단된다는 예측이다. 또 탱크 등 주요 군사장비 3분의 2를 세워 둘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전망이었다.
북한의 에너지난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투기 탱크 등 북한군 주요 장비 훈련시간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유류난이 획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적어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류 등 전쟁물자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북한은 전면전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중국 또는 러시아가 북한의 전격 남침과 전면전을 지원할 수 있을지도 매우 회의적이다.
물론 북한의 기습공격 능력을 얕봐서는 안되겠지만 한국을 단기간에 점령할 수 없다면 기습공격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한미연합군의 대규모 보복공격으로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뻔하다. 설령, 아주 설령, 북한이 한국을 단기간에 점령한다 해도 한국을 통치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현재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북한의 20배가 넘는다. 또 군사력의 토대가 되는 경제력은 한국이 북한의 33배에 이른다. 남북한 전체 경제력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이 97이면 북한은 3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아무리 비합리적 사고를 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현격한 국력차이가 나는 구조에서 남침을 계획하는 것은 미친 일에 가깝다. 북한이 남북간 경제력 격차가 현저히 벌어지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부터는 전면전을 상정한 군사력 구축보다는 외부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비대칭적 억지력 확보에 주력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체류 중국인 숫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 러시아인도 5만 명이 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기습적인 도발로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상정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핵을 보는 양국 사이의 미묘한 시각차 밑에 깔려 있는 두번째 요인으로, 전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적어도 독립 이후 단 한 번도 본토 침략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남북은 한국전을 통해 쌍방 모두 인명과 국토와 산업시설이 궤멸적으로 초토화됐다. 끔찍한 죽음과 공포와 폐허를 경험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가까스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미국에서의 남북전쟁은 먼 옛날 역사 속 이야기이지만 한반도에서의 남북전쟁은 몰살과 화염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단지 휴전 상태의) 현재형 이야기다. 전쟁 억제에 대해서만큼은 한국민들이 당사자로서 더 절박하다. 미국에게는 옵션의 문제가 한국민들에게는 생사의 문제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최우선이지만 한국은 북한의 핵 포기와 함께, 전쟁은 물론 북한의 도발 억제와 긴장 완화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전쟁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은 한국이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국이 설득과 압박을 병행한 인내와 대화와 평화의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
북핵 위기가 시작된지 벌써 지난 20년이 됐다. 그동안 미국은 클린턴부터 바이든까지 다섯 번의 행정부가, 한국은 여섯 번의 행정부가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왔다. 하지만 아직 양국의 어느 행정부도 결과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 기간 한미는 의견일치 혹은 이견을 갖고 다양한 모든 방식을 동원했지만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즉 북한 비핵화 해법에 유일무이한 방법, 그리고 최선의 솔루션을 양국이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냉정하게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도 자국 내 주와 주, 주와 연방정부 사이에 숱한 이견이 있어 왔으나 이를 연방 정신으로 풀어가며 공존과 번영을 추구해 왔다. 하물며 동맹 간이라도 사안별로 입장 차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그런 갈등을 부풀리고 증폭시킴으로써 그걸 통해 이익을 도모하려는 흐름이 양국 내에 다 있다는 것이다. 양국 지도자와 정책 결정권자들이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국 내 여론을 지혜롭게 설득하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긴밀한 대화와 양보 및 조정으로 사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북핵문제 말고도 양국 정부를 붙잡는 여려 현안이 동북아에서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미중 갈등이다. 한국에게 누구 편이냐 따지는 것은 매우 단편적이고 표피적인 접근이다. 한국과 미국은 피를 나눈 동맹이다. 한편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 입장에서 안보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경제는 다자협력 원칙의 더블트랙으로 가는 것에 대해 미국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중 역시 닉슨 시대 수교 이래 좋은 시기와 갈등의 시기를 반복해 겪고 있다. 현재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해 단선적 접근이 아닌 복합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중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 동북아에서 한국이 중국과 최악의 관계로 대립하지 않고 완충적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북아 평화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일관계 경색도 관심사로 올라 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는 한국이 악화를 시킨 것이 아니고 일본이 일련의 과정에서 잘못된 과거를 단절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이른 것임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굳이 개입을 한다면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지, 그걸 이유로 당장의 미국 편의성만 추구한다면 한국민들 신뢰를 심각하게 잃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방 간 동맹이나 협력 특히 역내 안보협력은 군사적 측면만 갖고 공고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으로나 외교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쿼드 문제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잘 알려진대로 일본의 헌법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평화 헌법이다. 특히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도 없고, 군대를 이용하여 국가 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후, 일본이 군국주의가 아닌 평화 국가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런 규정의 헌법 제정을 요청한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올해로 양국은 어느덧 수교 139년을 맞는다. 이런저런 난관과 크고 작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간 신뢰와 연대, 협력과 동반을 통해 역사의 진보와 문명사적 성취를 이뤘고 양국은 그 결과물을 굳건하게 공유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긴장과 불안의 위험한 징후들로 가득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두 나라가 피를 나눈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지혜롭고 현명하게 이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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