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지지연설 학생 "사실 고2"…선거법 위반 논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생이 지지 연설을 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전날 박 후보 지지 연설을 한 28세 청년이 전직 당직자였던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룬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고교 2학년생인 A군이 박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탄 것은 1일 오전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양천구 이마트 목동점 앞에서 차량을 이용한 유세를 진행했다. 박 후보가 유세차에 오르자 사회를 맡은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먼저 지지연설을 듣겠다"며 대기 중이던 A군을 앞 줄로 불러세웠다.
전 의원은 A군을 "생애 첫 투표자"라고 소개했고 A군은 자신을 정청래 의원님 지역구에 살고 있다며 이름을 밝혔다. A군은 그러나 전 의원이 말한 것과 달리 "생애 첫 투표자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사실 제 나이는 18살로 2004년생,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입당할 수도 없지만 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학생 때 사회 교과 선생님이 '투표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최악을 뽑아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최악의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다 전 의원이 A군의 연설도중 다급하게 말을 걸었고, 이후 A군은 "그만하라고 한다. 죄송하다"며 유세차에서 내려왔다.
이날 전 의원이 서둘러 A군의 연설을 마무리짓게 한 것은 공직선거법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 6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미성년자,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등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A군은 미성년자에 해당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 A군의 박 후보 지지연설을 놓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A군은 투표권 역시 없다.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만 18세인 고교 3학년 학생들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됐으나 A군은 고교 2년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 힘은 논평을 내고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박영선 후보 캠프는 미성년자에 '생애 첫 투표자'라는 거짓말을 시키고 선거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안된다. 차라리 제가 가서 연설해 드리겠다. 어금니 꽉 물고 수직정원 옹호해드릴 수 있다"고 적었다.
앞서 박 후보 측은 지난달 31일 유세 현장에서도 지지연설에 나선 20대 대학원생으로 인해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박 후보 측은 해당 대학원생에 대해 '평범한 대학원생'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