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 선거 유력주자인 박영선(더불어민주당), 나경원(국민의힘) 두 후보가 나란히 '강남 재건축' 불지피기에 나섰다.
박 후보는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980년대식 아파트를 더이상 지속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재건축, 재개발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강남 재건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강남 재건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혀 온 나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를 방문했다. 그는 "정말 이번에는 규제를 풀어드리겠다"며 "층고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높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유력 서울시장 후보들이 강남 재건축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금 시장의 최대 이슈가 '미친 집값' 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민심이 요동치자 부동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않고는 시민의 마음을 잡기어렵다고 본것이다.
강남 재건축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두 사람 생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박후보는 "민간재개발, 재건축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 방법이 탐욕의 도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탐욕의 도시가 되지않도록 하기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공공을 위한 기부채납 등의 아이디어가 담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측이다.
나후보는 박후보의 재건축 발언과 관련해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큰 정책 아래서 움직여야 하는 민주당 출신 시장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남 재건축은 늘 '뜨거운 감자' 였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이자 서울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두가지 속성을 다 가지고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부자들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다 줄 거라는 점 때문에 외면해왔다. 오히려 규제를 더 옭아매 재건축 자체를 가로막아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강남권에 대한 초과 수요와 집값 과열을 잡기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공급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속에 요지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집값 상승의 발화점이 된다고 도시 정비를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 서울 시장 후보들이 재건축 아파트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할 보다 실질적이고 타협적인 묘안들을 내놓기 바란다. 눌러놓을수록 폭발력은 더 커질 뿐이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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