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는 진전이 일어나지 않을 사안(북핵문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관심을 끌려면 한국이 먼저 북한을 움직여 북한은 김여정을 내세워 대미 실무협상에 임하게 해야한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연구소(CNI) 한국 담당국장은 19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 대선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련 한미 전문가 화상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 입장에서 북핵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라고 강조했다. 파리기후협약 복귀 문제, 대중 갈등 등 우선 다뤄야하는 외교문제가 산적해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북핵문제는 해결 가능성도 적어 바이든 정부가 미북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한국이 미북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이 전세계 외교문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 북핵문제가 의미있는 진전을 줄 수 있는 이슈라고 인식하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전후로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 또한 한국 정부가 나서서 방지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행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이 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바이든은 의미있는 실무협상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북한은 어느정도 유의미한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해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임하게 해야 한다"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면 비무장지대(DMZ)에서 회담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선 비핵화 정책을 고집하지 말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은 비핵화만 강조해온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비핵화 뿐 아니라 평화구축 또한 그만큼 중요한 대북정책의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관여의 문이 열려 있다는 선언을 해야된다"며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외교적 관여의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시작점은 바이든이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긍정적 기여한 것은 새로운 채널을 연 것"이라며 "이 채널을 닫아버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차단해 협상의 여지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대규모 의료용품 지원, 북한 장학생 초청 등 미국이 당근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이같은 제안은 공식 취임 전이라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고조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이 테일러 워싱턴타임스 외교안보팀장은 "바이든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도발하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아주 확고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동시에 대북특사를 서둘러 임명해 북한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오히려 어느정도 통하는 만큼 대북특사를 중국에 우선 공개 방문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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