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과 부산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는데 하필 이곳이 내년 4월 단체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전국적으로 따져 보면 여전히 민주당이 앞서 우위지만 일각에서는 범여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열린민주당까지 합하면 아직 서울에서도 역전된 게 아니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11월 첫주인 지난 2~6일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의 유권자 2510명를 여론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10월 마지막주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져 34.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 기간에 0.9%포인트나 떨어져 28%에 머물렀다. 민주당 지지율이 빠진 것보다 국민의힘이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전국적인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7%포인트에 육박한다.
특이한 것은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3.5% 빠져 30.6%로 주저앉은 사이에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올라 32.2%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부울경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4.2%로 29.5%에 그친 민주당를 월등히 앞섰다. 부울경 지역은 원래 국민의힘이 강세인 곳이긴 하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여야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인 2%포인트 내에 드는 것과 달리 부울경에서는 격차가 5%에 가깝게 벌어져 변화 조짐이 없다고 하진 못할 상황이다.
서울·부산은 국내 제1·제2도시인데다 내년 4월7일 지자체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고 내후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니 여야간 신경전이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지난 8월에 현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여야 지지율이 역전된 적이 있고, 지난달에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에 여권 인사 연루설이 돌 때 잠시 여당이 야당에 뒤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당 우위가 비교적 견고하게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선이 5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당의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궁여지책으로 열린민주당 지지율까지 끌어다 댄다. 서울에서 범여당인 열린민주당 지지율이 6.4%인데 이것을 민주당 지지율과 더하면 37%로 국민의힘 지지율 32.2%를 앞선다는 것이다. 부울경에서도 마찬가지다. 7.2% 열린민주당 지지율을 민주당 지지율과 합하면 36.7%에 달해 국민의힘 지지율 34.2% 보다 높다. 헌데 이런 셈법은 독립적인 정당의 지지율을 제멋대로 합산해서 비교하는 것이어서 억지스럽기도 하거니와 10월까지 여당이 앞설 때는 그런 계산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셈법을 바꿔 적용하는 건 구석에 몰린 여당을 확인사살하는 꼴이니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여야가 정작 신경써야 할 중요한 대목은 10월까지도 견뎠던 서울에서의 여야 지지 판세가 뒤집어진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주식시장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진단한다. 당정이 주택 공시가격을 급등시켜 보유세 부담을 확 키워 놓고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 이하로 묶기로 한 것이 직격탄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어 10억원을 오가는 마당에 정부·여당이 6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치부해 증세를 밀어붙이는데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부동산 민심이 악화했다는 해석이다. 거기에 지분 보유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키로 해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을 일단 누그러뜨리기는 했지만 주식 양도세 과세 강화 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서울에서의 지지율 역전 근저에는 악화한 부동산 민심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의 진단과는 달리 아직 청와대에서 정책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인식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듯하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인터뷰에서 "연말 연초에는 매매시장이 안정되고 과거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전세 물량이 10~20%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전세수급 불안정도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신용대출 자금을 옥죄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최근 정부가 갭투자에 나서지 말라고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는데도 부동산으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으니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는 유동성의 정체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서 받은 거액의 신용대출을 지목하고 적절히 대응할 계획을 밝힌 걸 보면 조만간 신용대출 규제책이 나올 듯하다.
이 수석 얘기대로 금리가 바닥을 기고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지자체에서 지원금 등이 많이 풀리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자연히 투입 대비 이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렸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주택담보대출이 꽉 막혔다고 해서 신용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쓰려고 나서려는 이가 많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부담 확대가 이어지는 마당에 투자 차원의 부동산 구입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세자금 부족이나 청약 후 자금 마련이 힘들어진 실수요자들이 궁여지책으로 신용대출을 당겨 쓰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뒷북을 때리는 격이 될 것이다.
전세시장에 대한 인식도 아전인수식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평균 5년치에 비해 전세물량이 10~20%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다. 현재 주변 여건은 전세물량 부족 가능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강행으로 전세난이 가중됐다는 세간의 불만에 대해 기존 전세 세입자가 효과를 보고 있고, 그 결과로 신규 전세 물량이 적어져 풍부해진 유동성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이라고 보는 모양인데 전세시장 특성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모두 실수요이고 임대 전용 주택이 늘어나지 않는 한 다주택자의 물건 일부가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다소 제한된 시장이다. 정부가 임대차법 개정으로 계약기간을 2년(1+1년)에서 4년(2+2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시차 없이 도입하자 계약갱신이 크게 늘었다. 그 바람에 신규 전세물량은 급감한 상태다. 그러니 갱신된 전셋집의 가격은 안정됐지만 신규 물량에서 가격이 급등해 전반적인 전세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낸 것이다. 그것도 큰 폭의 상승이니 아우성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기존 계약을 갱신한 경우와 신규 계약 전셋집 사이의 가격 격차가 심하게는 2배까지 벌어진다니 전세살이를 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불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 됐다. 신규 계약 전셋값 상승 현상이 가속하자 자금이 부족한 전세 수요자가 전세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밀려가면서 연쇄적인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할 정도니 차라리 매수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이들이 생기고 이는 전세 물량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런 마당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한다. 정책을주도하는 입장에서야 시장에 안정감을 주고 신뢰를 심어야 하겠지만 시기를 못박은 것도 위험해 보인다. 임대차법 개정 후 전세시장이 들썩일 때 두 달이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가 벌써 석 달을 훌쩍 넘겼는데 내년초라면 6개월이나 지나가는 셈이니 과도적 현상이라고 보기엔 길기도 하고 만에 하나 그 때가 돼서도 시장이 잡히지 않는다면 또다른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전세시장 안정시기를 못박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임대차3법과 전세난의 상관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식이 이어지면 전망은 빗나갈 공산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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