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을 기준으로 20대 대통령선거일(2022년 3월 9일)까지 524일 남았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추석 밥상 화두 중 하나다. 현재 차기 대선 구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강 구도 속에 보수 야권 후보들이 5~6%대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낙연 대세론'에서 '이낙연-이재명 양강'으로 재편된 것도 불과 한달 반 전(8월 15일)이다. 정치권에선 현재 지지율로 1년 5개월 뒤 차기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지난 대선 정국 흐름을 보더라도 1년 5개월이면 충분히 많은 변수가 발생했고, 실제 대권을 거머쥔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인 경우도 많았다.
이낙연·이재명 20%대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
추석 연휴를 전후로 MBC와 KBS에서 각각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을 발표했다.
MBC는 지난달 28일 범진보 5명, 범보수 7명을 포함한 차기 대선주사 선호도를 공개했는데, 이낙연 대표는 26.4%, 이재명 지사가 23.2%였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6.8%), 홍준표 무소속 의원(5.5%), 오세훈 전 서울시장(3.1%), 심상정 정의당 대표(2.3%),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1.8%),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1.7%), 원희룡 제주지사(1.7%),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0.9%),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0.8%), 김경수 경남지사(0.7%) 순이었다.
KBS도 지난달 30일 MBC 조사엔 포함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경수 지사를 제외한 10명에 대해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선 이재명 지사 26.2%, 이낙연 대표 21.6%였다. 이어 홍준표 의원(5.8%), 안철수 대표(4.6%), 오세훈 전 시장(3.5%), 황교안 전 대표(2.3%), 유승민 전 의원(1.9%), 원희룡 지사(1.6%), 심상정 대표(1.4%), 김부겸 전 의원(0.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두 조사를 보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20%대 1·2위를 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 조사에선 이낙연 대표가 모두 1위(MBC 50.9%, KBS 43.5%)를, 이재명 지사는 2위(MBC 30.3%, KBS 39.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후보를 모두 앞섰다. 또 KBS 조사에선 정치지식수준이 높은 층에서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선호도에서 다소 앞섰다. 이낙연 대표 27.0%, 이재명 지사 26.6%였다. 반면 정치지식수준이 낮은 층에선 이재명 지사(25.4%)가 이낙연 대표(13.7%)를 약 2배 앞섰다.
두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도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엇갈렸는데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보수측 후보 1·2위가 제1야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더불어민주당]
1년 6개월 전 대선 지지율 실체
그렇다면 과거 대선에선 어땠을까. 역대 대선에서 1년 6개월 전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한 정치인이 최종적으로 대권을 거머쥔 경우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 외 대선에선 전망이 틀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2017년 대선은 12월에 치뤄졌을 것이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1년 6개월 전인 2016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선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이 이 때 처음 대선후보군에 이름이 포함되자 바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당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선 출마엔 즉답을 피하면서 1위 후보로서의 신비감을 유지했다. 반 전 총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가 1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 박원순 서울시장 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 유승민 당시 무소속의원과 손학규 민주당 전 상임고문 각각 3%,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 순이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총장 임기를 마치고 2017년 1월 12월 귀국한지 3주만인 2월 1일 정체성·행보 논란을 빚으며 대선을 포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었떤 2007년 대선과정에서 마찬가지다. 당내 후보간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었는데, 대선 1년 6개월을 앞둔 2006년 6월 여론조사에서 1위는 고건 전 국무총리로 26.2%의 지지율을 보였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5.8%,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2%로 각각 2위와 3위였다. 하지만 2006년 추석 사흘 뒤인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보수·남성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계속 앞섰고, 경선·대선까지 승리했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권을 포기했다.
2001년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고, 1996년엔 박찬종 변호사가 신한국당 후보 1위를 기록했지만 신한국당 후보는 이회창 전 대법관이 됐고, 대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겼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8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지역화폐의 효과를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의 핵심 열쇠로 `억강부약`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도]
누구든 여당 후보 되는게 우선 과제
과거 사례를 보면, 지지율 1위 정치인이 1차 관문인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즉 대중 인기가 좋더라도 당원들에게 함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대선에 나가지 못한다. 당 대선 후보가 돼야 당 지지층을 기본적으로 흡수한 뒤 플러스 알파를 획득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 중에서 최종 여당 대통령 후보가 나올까. 여기에 대해선 아직 당내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9월 정기 조사에 따르면, 차기대선 가상대결에서 민주당 후보 44%, 보수단일후보 38%, 정의당 후보 5%로 나왔다. 지난 5월~8월 민주당 후보는 매월 45% 전후를 주로 받았고, 야권단일후보는 35~42%였다. 같은 조사에서 여야 후보 15명 중 유이하게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만 호감도 비중이 비호감도 비중보다 높았다. 안철수·황교안·홍준표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더 높았다. 단순히 계산하면 누구든 민주당 후보가 되는 순간 5%만 더 가져오면 대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각종 조사에선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지사보다 당내에서 더 우호적인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친문재인계 성향의 권리당원의 힘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이낙연 대표가 현재로선 한 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이재명 지사는 친문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친문에 우호적 손길을 내미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다수 여당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경선·대선 결과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 박찬종 변호사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내 주류가 YS계에서 민정계로 넘어가면서 이회창 전 대법관에게 밀렸다. 여권 후보였던 고건 전 총리는 북학핵실험 기점으로 야당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두를 뺏기고 중도 낙마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참여 경선으로 대선판을 흔들었고 당시 여당 대세였던 이인제 의원은 무너졌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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