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북규탄 결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초 야당과의 합의안과는 달리 '북한이 피살된 공무원 시신을 소각했다'는 내용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지난 28일 대북규탄 결의안 합의가 불발됐다고 국민의힘에서 비판했다.
당초 국방위에서 여야는 서해안에서 북한군이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을 소각했다는 내용을 담은 대북규탄 결의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통지문에서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식으로 밝히자 민주당이 태도를 바꿨다는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국방부가 SI(Special Information, 특별정보)에 의해서 시신을 불태웠다고 확인하고 보고했다"며 "(시신 소각 내용은) 국방위에서 합의해 (결의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특별정보 보고에 따라 "(피격 공무원의) 몸에 연유(북한 용어로 휘발유나 디젤처럼 무엇을 태우는데 쓰는 연료)를 바르고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는 얘기다. 주 원내대표는 시신소각 판단에 대해"(국민의힘이) 국방부 말을 믿게 된 동기는 그냥 판단이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데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5일 통지문을 통해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는 주장을 내놓자 민주당이 대북 규탄결의안 내용을 바꾸자고 했다는 게 주 원내대표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북한에서 시신은 불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하니까, (결의문에서) 그 부분을 빼자고 (민주당이) 주장한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말을 믿자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전날 대북규탄결의안 합의 불발에 대해 "민주당의 속내는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할 생각은 없으면서 책임은 뒤집어쓰기 싫으니 국민의힘이 (결의안 합의 거절) 했다고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이 당초 합의와는 달리 긴급현안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한 입장을 바꾼 것이 합의문 채택 불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날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홍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합의안 불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긴급현안질의 성사 여부가 아니라 민주당에서 수정해 제안한 대북규탄 결의안의 내용이 합의 불발의 원인이었다는게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들고 나온 규탄결의안이라는 내용이 터무니없는 맹탕같은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회 국방위가 합의해 통과시킨 결의안에서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등의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는데, 민주당 안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북한에 총살됐다, 총격의해 사망했다"정도로 톤다운된 결의안에 대해서 "면피용이고 결의안을 위한 결의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차라리 제대로된 긴급현안질의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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