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레(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잇단 선거 참패로 수렁에 빠진 통합당의 요청으로 구원등판한 김 위원장은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당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내일(2일) 열리는 전국위에서 새 당명 '국민의힘'과 기본소득을 담은 새 정강정책이 확정되면 통합당은 '김종인표 혁신' 1단계를 100일 만에 마무리하게 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말 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보수, 진보 등 이념을 상징하는 단어들을"쓸 데 없다"며 쓰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이 더 이상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취임 직후에는 "빵은 먹을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라며 통상 진보의 어젠다로 여겨지는 기본소득을 꺼내 들며 판을 흔들었습니다.
통합당은 새 정강정책 1호에 기본소득을 명문화한 데 이어 지난달 집중호우 때도 4차 추경 편성을 앞장서 요구하며 '약자 편에 서는 정당' 이미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때는 민주당보다도 한발 빨리 현장을 찾아 허를 찌르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광주 5·18 묘지를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읽으며 호남을 홀대했던 과거에 결별을 고했습니다.
통합당은 소속 의원들의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 호남 지역인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 등을 추진하며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의총에 참석한 자리에서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했습니다. 각종 결정 때마다 외부로 표출됐던 내부 갈등은 최근 들어 잠잠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등으로 나뉘어 당내 갈등이 증폭되곤 했던 계파정치도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1일 "당이 이렇게까지 안정적이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라며 "김 위원장이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줄곧 바닥을 치던 당 지지율도 상승 곡선을 그려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극우세력과 결별한 것도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나타난 변화의 일면입니다.
김 위원장은 '상임위원장 18대 0'의 전석을 내주게 된 극단적 상황에 몰렸을 때도 "국회의원의 직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워 거리투쟁, 장외집회를 거부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광화문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될 때에도 이들에 단호하게 거리를 뒀습니다.
다만 당 안팎에서 '좌클릭'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친박근혜' 성향의 강성 지지층을 어떻게 달래는지에 따라 진정한 연착륙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대권 탈환의 분수령이 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선수를 조속히 띄우는 것도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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